자신의 신분을 해외 파병 군인, 외교관, 의사 등으로 속이고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는 ‘로맨스 스캠’ 방식으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9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출신 국제 사기 조직 일당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 일당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으로 재산을 보내는데 통관비가 필요하다’는 등의 거짓말로 피해자들을 속여 적게는 100만원부터 최대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피해자 24명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총 16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일당은 대부분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국내에서 인출총책 등 역할을 분담한 뒤 해외에 있는 총책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다시 해외로 재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편취 금액 중 일부는 생활비 또는 명품 구입비 등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편취금을 인출할 때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을 자주 갈아입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출책이 검거될 때는 새로운 인출책을 포섭해 범행을 이어갔다.
경찰은 지난 3월 국가정보원(국정원)과의 공조를 통해 첩보를 입수하고 검거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송금한 피해금 9655만원을 직접 회수했다. 아울러 범죄에 사용된 계좌 입금 내역을 분석해 피해자를 확인한 뒤 더 이상 돈을 송금하지 않도록 안내하는 등 추가 피해를 예방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일부 피해자는 먼저 송금한 돈을 되돌려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추가로 입금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거된 일당의 추가 여죄를 계속 확인하고 이들을 통해 해외에 있는 조직총책의 인적사항을 특정해 조속히 신병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 범죄는 대상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특히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 등이 금전을 요구할 때는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지인을 통해 범죄 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