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文정부 연일 비판…’중도층 잡기’ 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원전 정책과 조국 사태 사과에 이어 방역지침 비판 및 당내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연일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차기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현 정부로부터 이반한 중도층을 다시 끌어안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중도층과 2030세대를 달래고 표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10일 표암재에서 알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이며 ‘이재명의 민주당’ 전략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현 정부에서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를 언급하며 “이 문제에 대해서 정책이 한번 정하면 반드시 그대로 해야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번 정했다고 상황이 변하고 국민들이, 이 나라 주권자들의 의사가 변했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는 건 벽창호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론과 경제 현황, 에너지 전환 상황 등을 고려해 다시 한 번 숙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사 재개 여지를 남겼다.
앞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원전과 관련해 “설계에 7000억원이 들었다는데 7000억 매몰비용을 감수하며 지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판단이 어려우니까 국민 공론화 거쳐서 일단 안 짓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는데 이것도 논쟁이 엄청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공급 확대를 다짐했다. 지난 7일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에서 무주택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수요 억제 정책이 풍선 효과만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정권이라 불리는 정권의 주택 정책 핵심은 투기 수요 억제로, 그 방식은 금융 대출 통제 정책, 거래 제한, 토지 거래 제한”이라며 “이 3가지 방식을 동원해 수요를 통제하면 적정한 물량이 공급되고 있기에 비정상적 집값 상승이 없을 거라고 본 거다. 그런데 시장은 다르게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수요를 억제해도 풍선 효과만 발생하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불균형에 의한 초과 수요에 의한 주택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며 “집값이 오를 것 같다고 가수요도 생기고, 평생 집을 못 사는 것 아닐까 해서 공포·불안 수요까지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봤다.
그는 “주택 정책 기본 방향은 공급을 충분히 늘리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층수, 용적률을 일부 완화해 민간 공급을 늘리는 방식도 있고, 공공택지 공급을 지금보다 과감하게 늘려 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려가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날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영업이익률 급증 현상을 놓고 현 정부의 금융정책을 지적했다.
이 후보는 “왜 다른 나라는 (은행들이) 코로나로 10%대씩 영업이익률이 다 줄었는데 어떻게 한국의 은행들은 영업이익률이 10%대씩 다 늘었을까. 결국 정부 정책의 잘못 때문”이라며 “이럴 때는 국가가 공적 개입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마녀사냥’, ‘먼지털이식 수사’라고 비판하면서도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시키고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면 그 점에 대해 사죄하는 게 맞다”, “문제는 민주당의 태도”라고 거듭 사과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이 후보는 8일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매타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며 듣는 이야기가 민주당이 매우 느려진 것 같다, 기득권이 된 것 아니냐고 말씀하신다”며 “국민들이 느끼기에 민주당이 많은 의석으로 국민이 당면한 현안 과제를 신속, 과감하게 처리할 거라 기대했는데 기대에 충분히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와 결론을 이끌어내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 합의와 타협이 합리적 결론을 위한 게 아닌 정치적 이익, 반사 이익을 위한 발목잡기라면 극복해야 한다”며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고, 부족한 점을 메워 새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방역패스 논란 및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문제도 꼬집었다.
이 후보는 청소년 백신패스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청소년 백신 접종을 권고사항이라고 한 후, 충분한 설명이나 사회적 논의 없이 곧바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왜 청소년 접종이 필요한지 과학적인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특정 계층에 피해를 전가했다는 문제 인식을 드러내면서 오미크론 변이 유행 대응 과정에서는 가계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차별화 행보에 속도를 내는 데에는, 민심 이반을 야기한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중도층 표심을 다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권 연장’보다 ‘정권 교체’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정권 교체 또는 연장에 대한 물음에는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가 51.3%,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이 40.3%였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253명) ▲중도(444명) ▲진보(235명) ▲잘 모름(104명)이라고 각각 밝혔다.
이번 조사는 무선(90%)·유선(1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