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가톨릭 주교들의 사진과 영상을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공개하면서 정치적 이용 논란이 일고 있다. 주교들은 비공개 만남이 정치적 홍보에 이용됐다며 공개 사과했다.
26일 영국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미국 가톨릭 주교 12명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 단속, 종교인 비자, 낙태, 교육 지원 등 가톨릭계의 주요 관심사를 논의했다.
문제는 회동 직후 백악관이 주교들이 집무실 책상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기도하는 장면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주교들은 비공개 논의와 기도를 전제로 참석했으며 영상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그롭 밀워키 대주교는 25일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나 그의 정책, 정당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롭 대주교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신성한 기도가 이런 방식으로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자신의 참석으로 상처받은 신자들에게 사과했다.
윌리엄 조엔슨 디모인 주교도 별도 성명에서 자신들의 만남이 정파적 정치 목적으로 이용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일에 더욱 신중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상이 공개된 시점은 11월 3일 중간선거를 불과 12일 앞둔 때였다. 주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식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가톨릭 전문매체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백악관 관계자뿐 아니라 트럼프 선거운동 관련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게시됐다.
반면 백악관은 정치적 이용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해명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가톨릭 관련 정책 성과를 강조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사진과 영상 공개에 주교들의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강경 이민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둘러싸고 가톨릭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일부 주교들은 이민정책이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가톨릭 가르침과 충돌한다고 비판해 왔다.
무엇보다 주교들이 문제 삼은 것은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 행위 자체가 아니라, 사적인 종교 행사가 동의 없이 공개돼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비칠 수 있게 된 과정이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