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 직접 투표가 아닌 지방의회가 선출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형태 변경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권역별 온라인 설명회를 가졌다.
이 특별법은 행안부가 지난 2020년 7월3일 발의해 같은 해 12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후속 입법이다.
지자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다양화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현행 직선제 방식에 총 3가지의 방안을 추가해 지자체가 선택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행안부가 제시한 방안을 보면 첫 번째 안은 지방의회가 조례로 정하는 자격요건을 갖춘 지원자 중 지자체장을 뽑는 방식이다. 지방의원이 지자체장을 겸임할 수 없도록 지원자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이는 미국의 ‘책임행정관'(Council-Manager Form) 형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이를 테면 민간 기업의 사장을 지자체장으로 임용이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을 지원한 지방의원 가운데 지자체장을 선출하고, 지자체장이 지방의원 중 일부를 집행기관에 참여할 의원(집행위원)으로 임명해 지자체의 주요 결정사항을 결정하는 형태다. 이는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이 융합돼 운영되는 영국의 ‘리더-내각'(Leader-Cabinet Form) 형태와 유사하다.
세 번째는 주민 직선을 유지하면서 지자체장의 인사·감사·조직·예산편성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지자체장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권한을 쪼개 독선적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는 지자체의 권한이 지방의회와 합의제 행정기관 등으로 분산돼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나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기관 구성 형태와 유사하다.
행안부는 이 3가지 안을 특별법에 담아 선출방식 변경을 원하는 지역에서 이 중 1가지 안을 선택해 도입 여부를 주민 찬반 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때 주민 투표는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한다.
변경된 기관 구성 형태는 주민투표가 실시될 당시의 지방의회 임기 중에는 적용되지 않고, 차기 지방의회 임기개시 시점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1990년 시작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성안된 법안에 대해 지자체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는 단계”라면서 “특별법이 국회에 회부된 후에도 법안 심사와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각계각층의 다각적인 의견을 토대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 동의 시 도입을 전제로 하는데다 당장 시행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는 6월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하는 민선8기에는 기관 구성형태 변경 방안이 적용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