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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고사’ 안철수, 왜 당을 선택했나

당권 잡고 차기 대권 유리한 고지..이낙연 총리 실패 반면교사...장관 지명권 요구로 공동정부 지분

2022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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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3.30.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직을 고사한 배경에는 국민의힘과 합당 후 당 내 외연확장을 통해 차기 대권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못한 이낙연 전 총리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역대 대통령 중 총리 출신은 전무하다. 또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고사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정부의 지분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 개인적으로 당선인께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드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사실 솔직히 저 개인적으로는 가까이는 지난 1년간 그리고 길게는 지난 10년간 제가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합의한 공동정부에서 ‘안철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던 시점과 맞물려 총리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안 위원장의 이 같은 결단은 국민의힘과 합당 후에 차기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 위원장은 ‘공동정부’가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족쇄가 되지 않도록 숨통을 틔워주고, 본인 재충전을 총리직을 고사한 표면상의 이유로 들었지만, 정치권에서는 내각 입성 보다는 당권에 더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이 당대표를 맡고 있는 국민의당이 합당하더라도 국민의힘 안에는 ‘안철수계’가 없는 여건에서 5년 뒤에 대선 경선을 치르더라도 낙마할 확률이 높은 만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합당 후 당내 권력지형 변화를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당 내 조직이나 기반을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도 정치를 대표하는 안 위원장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 등에 힘을 실어주고 국민의힘에 대승을 안겨줄 경우 당 내 기반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내년에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도 “저는 앞으로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들 그리고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그런 일들에 제가 공언할 수 있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일들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의 지지기반 확대와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을 도모하겠다는 안 위원장의 발언은 결국 6·1 지방선거 지원 사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안 위원장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총리 출신이 당선된 전례가 없다는 점도 판단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총리를 반면교사로 삼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서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대선 후보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도 당내 경선에서는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혀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게 패배했다.

김종필 전 총리, 이회창 전 총리, 고건 전 총리, 황교안 전 총리 등 총리 출신 정치인은 대권을 잡은 선례가 없다. 행정부에서 총리는 대통령에 이어 두 번쨰로 높은 서열을 차지하지만, 대통령의 ‘2인자’라는 프레임이 대권 도전에는 제약할 수도 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 안착하지 못하고 실정을 반복해 국민적 지지를 상실해 국정 동력을 잃게 된다면 총리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포기하면서 당분간 권력의 정점에서 멀어지게 됐지만, 공동정부 ‘지분’은 더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에서 국정과제 선정을 총괄하고 윤석열 정부의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국무총리로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안 위원장이 당을 선택하면서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조각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과학기술 분야 등을 비롯해 일부 장관직에서 안 위원장이 장관 지명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도 이같은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우선 대국민 약속을 했지 않나. 공동정부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자격 있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분들 장관 후보로 열심히 추천할 생각”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국민 약속’을 상기시킨 것도 공동정부에서 ‘안철수 지분’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 때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던 만큼 사실상 총리 대신 장관지명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못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정치권에서는 안랩 주식 처분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 위원장의 전체 재산의 90% 이상을 주식이 차지하는 만큼 수천억대 주식을 백지신탁하고 포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민주당내 강한 비토 기류를 안 위원장이 총리를 고사한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단일화 결렬 선언 번복으로 민주당 내에서 안 위원장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 위원장이 초대 총리로 나설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는 고사하고 민주당이 거야(巨野) 의석수를 앞세워 번번이 국정 발목잡기 나서면서 윤석열 정부를 흔들 수도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안철수 X파일’ 의혹이 재점화된 것도 안 위원장이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다. 유시민 등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안철수 X파일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 부부의 과거 위장 전입 논란 등이 다시 부각됐다. 만약 안 위원장이 총리로 나선다면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을 받아 낙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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