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이인규 변호사가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를 출간할 예정이다. 여기서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변호인으로 선임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무능했다고 주장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오는 20일 조갑제닷컴을 통해 회고록을 출간한다. 이 변호사는 이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온 국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됐다. 이제는 국민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진실을 알려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책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권양숙 여사에게 약 2억550만원 상당의 피아제 남녀 시계세트를 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권 여사가 2007년 6월 청와대에서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전 회장에게서 100만달러, 같은해 9월 홍콩에 있는 다른 사람 계좌로 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박 전 회장의 진술 등 증거를 종합하면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와 공모, 아들 건호씨의 미국 주택 구입 자금 명목으로 14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2008년 2월 재임 때 박 전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았고, 노씨 등이 이를 사용한 것은 다툼이 없다. 이 돈은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환경재단 출연금 50억원을 500만 달러로 쳐서 노씨 등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준 뇌물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또 ▲총무비서관의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3억원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에게서 빌린 15억원은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무비서관이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것은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기소,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 수사기록을 읽어 본 적도 없는 문재인 변호가가 무슨 근거로 ‘수사기록이 부실하다’고 단정하는지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장실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회고록에서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무어라 답변해야 좋을지 난감했다”며 “사전에 보낸 질문지에 명품 시계 수수 부분이 들어 있지 않아, 검찰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한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중수부 1과장·노 전 대통령 수사 주임검사)에게 ‘검사님, 저나 저의 가족이 미국에 집을 사면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 가만히 있겠습니까’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 변호사는 책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미국 주택 구입 사실이 밝혀져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나는 등 스스로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하소연할 만큼 궁지에 몰렸다.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 변호사 마저 곁에 없었다. 이게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수사의 불똥이 튈까 봐 그를 멀리했던 민주당 정치인들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자 돌변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검찰에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 그들이 의미를 상실했다고 손가락질했던 노무현 정신을 입에 올리며 앞다투어 상주 코스프레 대열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4기로 1985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 법무부 검찰국 검찰4과장, 검찰2과장, 검찰1과장 등 요직을 거쳤다. 대검 중수부에서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기업수사팀장을 맡았고, 2009년 1월 대검 중수부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이 변호사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마치고 검찰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