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수년 전 전과로 인해 한국으로 추방됐던 한인 미군 참전용사가 뉴욕주지사의 사면으로 미국에 돌아올 길이 열렸다.
28일 NPR과 뉴욕주지사실에 따르면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한인 미군 참전용사 박세준(Sae Joon Park·57)씨를 포함한 6명에 대해 사면을 단행했다.
박씨에게 적용됐던 2007년 3급 규제약물 소지와 2009년 2급 보석 불출석 유죄 판결이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호컬 주지사는 이들이 오래전 형을 마친 뒤에도 전과로 인해 계속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사면 배경을 밝혔다.
호컬 주지사는 “이들은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줬으며 지역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헌신해왔다”며 재활을 통해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박씨에게 이번 사면은 단순한 전과 사면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과거 유죄 판결이 미국에서의 추방 명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NPR에 따르면 박씨 측은 이번 사면을 근거로 이민 사건을 다시 열어 이민항소위원회(BIA)에 기존 추방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추방 명령이 취소될 경우 박씨가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법적 길이 열릴 수 있다.
박씨는 7세 때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해 영주권자가 됐다.

박씨는 전투 과정에서 파나마군의 총격을 받아 등에 총상을 입었다. 이후 미국으로 후송돼 명예 제대했으며 전투 중 부상한 군인에게 수여되는 퍼플하트(Purple Heart)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전역 이후 그의 삶은 크게 흔들렸다.
박씨는 당시 제대로 진단받지 못했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렸으며 이후 약물에 의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뉴욕에서 마약 관련 범죄와 보석 불출석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3년간 복역했다.
교도소에서 약물을 끊은 박씨는 출소 후 하와이에서 약 10년간 생활하며 삶을 다시 꾸렸다. 하지만 과거 유죄 판결에 따른 추방 명령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박씨 측에 따르면 이민 당국은 지난해 6월 박씨에게 미국을 자진해서 떠나지 않으면 구금한 뒤 강제 추방하겠다고 통보했다.
결국 박씨는 2025년 6월 두 성인 자녀와 고령의 어머니를 미국에 남겨둔 채 한국행을 택했다. 7세 때 미국으로 이민한 이후 거의 50년 만에 한국에서 살게 된 것이다.
박씨의 사연은 이후 연방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12월 연방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세스 매거지너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박씨의 추방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박씨도 한국에서 화상으로 청문회에 참석했다.
매거지너 의원은 박씨가 미국을 위해 싸우다 총상을 입은 퍼플하트 수훈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놈 장관은 당시 박씨 사건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씨는 이번 사면 발표 후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만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자신과 가족을 도운 법률팀과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만 이번 사면이 박씨의 미국 재입국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박씨의 법률대리인인 하와이대 난민·이민법 클리닉의 다니콜 라모스 변호사는 이번 사면을 근거로 박씨의 이민 사건을 다시 열고 이민항소위원회에 기존 추방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모스 변호사는 NPR에 이번 사면이 “엄청난 진전”이라며 1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지낸 박씨가 어린 시절부터 고향으로 여기고 목숨까지 걸고 지킨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뉴욕주지사실에 따르면 호컬 주지사는 취임 이후 이번 조치까지 모두 145건의 사면·감형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사면은 125건, 감형은 20건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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