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이 이민 단속 요원을 포함한 연방 법집행 인력에게 근무 중 신원표시를 의무화한 캘리포니아 주법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해당 법이 연방정부의 고유 권한을 직접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마크 J. 베넷 판사는 23일 판결문에서 “이 법은 연방정부가 요원들의 신원 공개 여부와 방식, 시점을 결정할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려 한다”며 “연방우월조항에 따라 주정부는 이러한 입법을 집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법안은 지난해 가을 통과된 직후 연방 법무부가 위헌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소송에는 연방 요원과 일부 경찰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려는 별도 조치도 포함됐다. 해당 입법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 기조에 대한 반발 속에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 1월 LA 연방법원에서 처음 심리됐다. 당시 1심은 마스크 금지 조항에 대해 연방정부 차별 소지가 있다며 집행을 막았지만, 신원표시 의무화 규정은 “연방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은 결론을 뒤집었다. 재클린 응우옌 판사는 변론 과정에서 “주정부가 연방 요원의 복장과 식별 방식까지 규정하려는 시도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해당 법이 일반 시민이 아닌 특정 법집행 기관과 요원들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캘리포니아 주가 연방 기관을 직접 규제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연방정부 측에 사실상 손을 들어준 것으로, 대규모 이민 단속 정책을 둘러싼 법적 충돌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LA 연방검찰청을 이끄는 빌 에사일리는 이번 결정을 “중대한 법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 측은 안전 문제를 강조해왔다. 주 법무차관 마이카 무어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무장 요원들이 거리에서 활동하는 상황이 주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국토안보부 전 수장 크리스티 놈과 법무 수장 팸 본디가 해임된 직후 내려졌다. 동시에 미국 내 10여 개 주가 유사한 마스크 및 신원표시 규제 법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어서, 향후 주정부와 연방정부 간 권한 충돌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