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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 분열, 법정까지 번져…배심원 갈등에 재판 무효

오피오이드 재판서 고성·불신 반복…14일 평의 끝 결렬 배심원끼리 부정행위 고발까지…"욕설·인격 충돌 흔해"

2026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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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대법원<언스플래시>

미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분열이 법정 내부까지 확산되면서 배심원 제도의 합의 기능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대형 오피오이드 소송에서는 배심원단 내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결국 재판이 무효로 끝났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배심원단은 지난해 말 CVS·월마트·월그린스 등 대형 약국 체인을 상대로 한 오피오이드 관련 민사 재판에서 14일간 평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만장일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법원은 결국 미스터리얼(무효 재판)을 선언했고 양측은 재심을 준비 중이다.

이번 재판은 병원들이 약국 체인들을 상대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약물을 과도하게 공급해 병원들이 중독 환자 치료 비용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이다.

병원 측 변호사 워런 번스는 재판에서 “수억 달러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월마트 측 변호사 데이비드 마커스는 “병원들이 거액 배상금을 노리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WSJ에 따르면 배심원단 갈등은 재판 초기부터 감지됐다. 배심원들은 할로윈을 맞아 미국 아동도서 캐릭터 ‘씽 원’과 ‘씽 투’를 주제로 단체 복장을 계획했지만, 일부 배심원이 이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고 한다.

배심원 대표를 맡았던 전직 승무원 로리 트레일러는 “그 순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고 말했다.

평의가 시작되자 갈등은 빠르게 격화됐다. 배심원 거슨 푸이그는 조직범죄법(RICO)이 핵심 쟁점이라고 적은 포스터를 만들었지만, 수학 교사 앙드레 칼릭스테가 이를 찢어버렸다. 푸이그는 “마치 인간 파쇄기 같았다”고 회상했다.

칼릭스테는 “그는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말할 권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른 배심원들은 일부 동료가 감정적으로 오피오이드 피해 사례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배심원은 배심원 부정행위 가능성을 제기하며 판사에게 비밀 메모를 제출하기도 했다.

배심원들 사이에서는 고성과 욕설도 이어졌다. 한 배심원은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느냐.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언쟁이 격해지자 법정 경위가 직접 들어와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고 배심원들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미국 사회 전반의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배심원 컨설턴트 로리 쿠슬란스키는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배심원 심의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며 “코로나19 이후 고립과 정치적 분열로 인해 타협과 합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백 건의 재판에 참여한 컨설턴트 J. 리 메이힐스 역시 “배심원들이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붓는 일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변호사 데이비드 맥길과 컨설턴트들은 수천 명의 잠재적 배심원을 조사한 결과, 2025년 응답자의 57%가 미국 사법 제도를 불신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65%는 판사의 지시보다 자신의 판단을 우선하겠다고 응답했다.

정치 성향에 따른 인식 차이도 커지고 있다. 소송 컨설팅 회사 DOAR 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층과 카멀라 해리스 지지층 사이에서 법무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이 크게 달랐다.

플로리다 사건 배심원 중 한 명인 드웨인 블레이크는 평의 과정을 돌아보며 “정말 미친 상황이었다”며 “내 운명이 낯선 12명의 손에 맡겨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심원 대표 트레일러는 최종적으로 판사에게 “배심원단은 만장일치 평결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을 알린다”는 메모를 제출했다. 6년간 이어진 소송은 결론 없이 종료됐다.

배심원단 뿐 아니라 대법원 대법관들도 최근 공개 석상에서 잇달아 내부 갈등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둘러싼 결정과 흑인 참정권 보호를 위한 투표권법 관련 판결들로 대법관들이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K-News LA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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