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해외에서 미국 영주권을 신청하는 일부 이민자들에게 최대 10만 달러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적 능력이 충분한 이민자만 미국에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지만, 실제 시행될 경우 저소득층과 가족초청 이민자들에게 사실상 넘기 어려운 새로운 이민 장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해외 영주권 신청자에게 최대 10만 달러의 보증금을 내도록 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국무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미국 내에서 신분조정을 신청하는 이민자보다는 해외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이민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보증금은 일반적인 비자 신청 수수료와 달리 신청자가 미국에 입국한 뒤 정부 복지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장하기 위한 담보 성격이다.
검토안에 따르면 신청자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에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신청하려면 일반적으로 최소 5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신청자는 거액의 자금을 장기간 묶어둬야 할 가능성이 있다. 신청자의 가족이나 친척이 대신 보증금을 납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행정부는 우선 제한된 수의 국가를 대상으로 제도를 시범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적용 대상 국가와 신청자 선정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방안은 국무부가 지난해 8월부터 일부 국가의 관광비자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해온 비자 보증금 프로그램을 영주권 신청자에게까지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말라위와 잠비아 등 일부 국가의 관광비자 신청자에게 최대 1만5,000달러의 보증금을 요구했으며, 미국 체류 기간을 넘기지 않고 출국하면 이를 환급하도록 했다. 행정부는 해당 프로그램의 체류 규정 준수율이 97%에 달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주권 신청자에게 요구되는 최대 10만 달러는 기존 관광비자 보증금의 6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이민 옹호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와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초청 이민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취업이민 신청자는 미국 기업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가족초청 신청자는 개인이나 가족이 보증금을 직접 마련해야 해 경제적 부담이 훨씬 클 수 있다.
비판론자들은 재산이 많은 신청자에게만 영주권 기회를 제공하는 사실상의 ‘돈을 내고 입국하는 이민제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가 미국 입국 후 공공복지에 의존하는 이른바 ‘공적부조 대상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신청자를 선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번 검토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이민 단속뿐 아니라 합법적인 이민과 비자 발급 절차까지 전반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행정부는 해외 영주권 신청 절차와 재정 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일부 국가의 이민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합법 이민의 문턱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
다만 최대 10만 달러의 영주권 보증금 제도는 현재 국무부 내부에서 검토 중인 방안으로, 시행 여부와 도입 시기, 대상자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