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과 AI 기술 자체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면서 실리콘밸리의 AI 기업과 경영진을 겨냥한 협박과 난동, 테러성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 머물던 반(反)AI 정서가 기업 사무실 침입과 살해 협박, 경영진 자택 공격 등 현실 세계의 폭력으로 번지면서 주요 기술기업들은 최고경영자 경호를 강화하고 직원들에게 회사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지 말라고 권고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AI 기업을 겨냥한 폭력적 위협이 급증하면서 실리콘밸리 경영진들이 신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한 남성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 사무실에 침입했다.
이 남성은 출입문을 통과하는 직원을 뒤따라 건물 로비 안으로 들어간 뒤 앤트로픽의 특정 고위 임원 이름이 적힌 봉투를 경비원에게 건넸다.
그는 해당 임원이 “살해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앤트로픽은 이후에도 불합격한 입사 지원자와 서비스 이용자 등으로부터 직원과 경영진을 겨냥한 위협성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의 자택도 공격 대상이 됐다.
지난 4월 한 남성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올트먼의 자택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으며, 별도의 사건에서는 그의 집을 향한 총격 위협까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염병 공격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건은 AI 산업에 대한 반감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실리콘밸리의 우려를 키웠다.
AI 기업 직원들이 이용하는 통근버스와 관련 시설을 겨냥한 기물 파손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일부 AI 기업들은 사무실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직원들에게 출퇴근 때 회사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같은 반감의 배경에는 생성형 AI가 사무직과 기술직을 포함한 광범위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이 AI를 업무에 도입하며 감원과 신규 채용 축소에 나서자 일부 근로자들은 AI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는 동안 자신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자동화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 작가, 회계·법률 분야 종사자 등 화이트칼라 근로자들까지 고용 불안을 호소하면서 AI에 대한 분노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인간을 통제하거나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른바 ‘AI 종말론’도 극단적 행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반AI 활동가들은 생성형 AI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과격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비폭력 시위만으로는 기술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반AI 움직임을 산업혁명 당시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 데 반발해 노동자들이 방직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과 비교하고 있다.
다만 오늘날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분노와 극단적인 주장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특정 기업이나 경영진을 향한 직접적인 폭력으로 발전할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AI 기업들도 경영진 보호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팔란티어와 오라클, 세일즈포스 등 주요 기술기업들은 최근 최고경영자와 핵심 임원에 대한 경호 비용을 크게 늘렸다. 일부 경영진은 공개 행사 참석을 줄이고 이동할 때마다 전문 경호원을 대동하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들은 경영진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까지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직원들에게 소셜미디어에서 근무 장소와 일정을 공개하지 말고, 외부에서는 회사 로고가 표시된 옷이나 가방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AI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70%가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며, 55%는 AI가 일상생활에 이익보다 해를 더 많이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확산으로 실제 고용구조가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기업들이 일자리 감소 문제와 사회적 비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내놓지 않으면서 불안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업들이 기술 경쟁에만 몰두한 채 고용 불안과 개인정보 침해,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환경 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실리콘밸리 내부의 갈등은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