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마켓에서 스시 코너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직원으로 고용해야 할 스시 조리사들을 독립 사업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로 취급해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수당 등 노동법상 의무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소송 대상 업체와 계약한 한인 스시맨과 가맹점주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이번 소송이 한인 마켓 스시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고 카운티 노동기준집행국(Office of Labor Standards and Enforcement·OLSE)은 지난 6월 17일 샌디에고 카운티 수피리어코트에 마켓 스시 업체들을 상대로 노동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로 지목된 업체는 에이스 스시 프랜차이즈(Ace Sushi Franchise Corp.), 아시아나 매니지먼트 그룹(Asiana Management Group), 어드밴스드 프레시 컨셉츠 프랜차이즈(Advanced Fresh Concepts Franchise Corp.), 후지산 프랜차이징(FujiSan Franchising), 후지 푸드 프로덕츠(Fuji Food Products) 등이다.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는 관계사인 어드밴스드 프레시 컨셉츠(Advanced Fresh Concepts Corp.)를 포함해 모두 6개 법인이 피고로 적시됐다.
이들 업체는 에이스 스시와 젠시(Zenshi), 후지산 등의 브랜드로 알버슨스, 랄프스, 크로거, 스마트앤파이널, 스테이터 브라더스, 코스트코, 윈코 등 캘리포니아와 미 전역의 대형 식료품점에서 스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마켓 스시는 매장 안에서 당일 만든 롤과 초밥, 콤보 제품 등을 포장해 판매하는 즉석식품 코너다. 대형 미국계 마켓뿐 아니라 한인 마켓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소장에 따르면 미국의 마켓 스시 매출은 2020년 이후 60% 이상 증가해 연간 25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스시를 직접 만드는 조리사들은 시장 성장에 상응하는 수입이나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카운티 측 주장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로 불려온 마켓 스시업주들이 실제 독립 사업자인지, 아니면 프랜차이즈 업체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직원인지 여부다.
피고 업체들은 마켓 내 스시 코너를 각각 하나의 프랜차이즈로 정하고 이를 운영하는 스시맨을 가맹점주이자 독립계약자로 취급했다.
그러나 매장 위치와 메뉴, 레시피, 가격, 생산량, 판촉행사, 재료 구매처, 제품 진열 방식, 위생관리와 근무시간 등 운영의 핵심 사항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결정했다고 소장은 지적했다.
업체들은 조리사들의 업무를 수시로 검사하고 운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벌금이나 추가 검사비를 부과했다. 일부 업체는 가맹점주들에게 정기 화상회의 참석까지 의무화했다는 것이 카운티 측 주장이다.
브랜든 버틀러 OLSE 국장은 “이 조리사들은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한 것이 아니다”며 “레시피와 음식 품질부터 근무 일정과 생산 조건까지 거의 모든 중요한 결정이 모회사에 의해 정해졌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매장 한 곳을 담당하는 스시 조리사도 주 7일, 5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매장을 담당한 조리사는 일주일에 70시간 이상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리사들은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시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 형태로 지급받았다.
마켓과 스시 업체가 매출을 나눈 뒤 가맹점주에게 배정된 금액에서도 식재료비와 장비 임대료, 포장비, 프랜차이즈 비용, 융자 상환금, 보험료, 유니폼 비용, 위생검사비와 각종 벌금 등이 공제됐다.
이를 모두 제외하면 장시간 일하고도 가맹점주에게 남는 수입이 거의 없거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고 카운티는 주장했다.
스시맨들은 스시 제조기와 냉장 진열대, 칼과 조리도구, 식재료, 포장용품, 유니폼과 교통비 등 스시 코너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직접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되지 않은 스시가 폐기되거나 도난당해 발생한 손실도 가맹점주에게 전가됐으며, 몸이 아파 하루라도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캘리포니아 노동법은 일을 제공하는 사람을 원칙적으로 직원으로 추정한다. 업체가 근로자를 독립계약자로 취급하려면 근로자가 회사의 통제에서 자유롭고 회사의 통상적인 사업과 다른 일을 하며 독립된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이른바 ‘ABC 테스트’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계약서에 가맹점주나 독립계약자로 적혀 있다고 해서 노동법상 직원에게 보장된 권리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켓 스시업주들이 법적으로 직원으로 인정되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모든 근무시간에 대한 최저임금과 하루 8시간 또는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할 수 있다.
법정 식사시간과 유급 휴식시간, 유급병가를 제공하고 스시 제조기와 냉장고, 식재료, 포장용품, 유니폼, 교통비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도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샌디에고 카운티는 법원에 이 같은 고용 관행을 중단시키고 체불임금과 초과근무수당, 업무비용, 손해배상금, 부당 공제액, 민사 벌금과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체 피해자 수와 보상 청구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피고 업체들의 구체적인 반박이나 법원의 판단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번 소송은 해당 업체들과 계약해 마켓 스시 코너를 운영해온 한인 스시맨과 가맹점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원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체불임금이나 업무비용 등을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는 한인 마켓 스시업주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로 취급되고 있지만 업체의 지시와 통제를 받으며 직접 스시를 만들어온 한인 업주라면 체불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수당, 식사·휴식시간 미제공에 따른 추가 임금, 유급병가와 업무비용 등을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 보상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각 업주의 계약 내용과 근무시간, 업체의 통제 수준, 매출과 비용 공제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적용 대상과 보상 가능 여부 등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한인 마켓 스시업주들은 연락해 상담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소송으로, 현재까지 제기된 노동법 위반 내용은 샌디에고 카운티 측의 주장이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