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환태평양 조산대, 이른바 ‘불의 고리’를 중심으로 강진이 잇따르면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남가주 샌안드레아스 단층과 샌하신토 단층의 일부 구간에 축적된 응력이 지난 1,000년 사이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LA와 인랜드 지역에 가까운 카혼 패스(Cajon Pass) 일대가 두 거대 단층의 파열을 연결할 수 있는 일종의 ‘지진 게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어서 남가주 한인사회에도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저널: 고체 지구(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남가주의 샌안드레아스 단층과 샌하신토 단층에는 100년 넘게 대규모 지진으로 해소되지 않은 지각 응력이 계속 축적돼 왔다.
스위스 베른대와 하와이대 마노아, 연방지질조사국(USGS), UC샌디에고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 1,000년 동안 발생한 대규모 지진의 고지진학 자료를 토대로 4차원 지진주기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일부 단층 구간의 현재 응력은 지난 1,000년 동안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에 나타났던 수준에 도달했거나 이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곳은 LA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약 50마일 떨어진 카혼 패스다. 이곳은 샌안드레아스 단층과 샌하신토 단층 시스템이 만나는 핵심 지점으로, 샌버나디노와 인랜드 엠파이어를 거쳐 LA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주요 교통·물류 통로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카혼 패스 북쪽에서 단층 응력이 100년마다 약 1.8메가파스칼(MPa)씩 축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025년 기준 쿨롱 응력은 샌안드레아스 단층의 모하비 남부 구간에서 2.8MPa, 샌하신토 단층의 샌버나디노 구간에서는 3.6MPa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연구진이 과거 지진 발생 전의 응력 수준을 토대로 산출한 범위를 일부 넘어서는 수준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두 단층이 동시에 움직일 가능성이다.
연구진은 샌안드레아스와 샌하신토 단층 사이의 응력 차이가 줄어들 경우 두 단층의 파열이 서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카혼 패스가 평소에는 지진 파열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반대로 파열을 다른 단층으로 전달하는 ‘지진 게이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릴리안 부르크하르트 연구원은 “여러 단층 구간의 응력이 현재 지난 1,000년 동안 관측된 최고 수준에 도달했거나 이를 넘어섰다”며 두 단층을 아우르는 대규모 파열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캘리포니아를 남북으로 약 800마일에 걸쳐 관통하는 거대한 단층 시스템이다. 남가주에 영향을 준 마지막 초대형 지진은 1857년 규모 7.9의 포트 테혼 지진으로, 당시 샌안드레아스 단층 약 205마일 구간이 파열됐다. 이후 LA 광역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의 대규모 파열은 169년째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오랫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층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 태평양판과 북미판의 상대적인 움직임으로 에너지가 계속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구가 ‘빅원’이 곧 발생한다는 예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특정 단층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날짜나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남가주 주요 단층이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응력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샌안드레아스 단층과 샌하신토 단층은 남가주에서 태평양판과 북미판 사이 움직임의 약 90%를 담당하며, 지난 1,000년 동안 이 단층 시스템에서는 규모 6.4 이상의 지진이 최소 36차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단순히 건물 붕괴에 그치지 않는다. 도로와 교량, 전력망, 수도관, 천연가스 시설과 통신망이 동시에 피해를 입을 경우 LA 광역권의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이 장기간 마비될 수 있다.
특히 카혼 패스는 남가주와 라스베가스 및 미 내륙 지역을 연결하는 15번 프리웨이와 주요 철도, 전력·에너지 인프라가 통과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단층 파열이 발생할 경우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
지진학자들은 높은 응력이 확인됐다고 해서 지진 발생 시점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1857년 이후 장기간 대규모 파열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확인한 응력 수준은 남가주가 ‘빅원’ 대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