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절스 스타디움의 밤이 오래간만에 환호로 물들었다. 7연패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LA 에인절스가 5월 2일 홈에서 뉴욕 메츠를 연장 10회 끝내기로 4-3으로 꺾으며 드디어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연장 10회, 오스왈드 페라자(Oswald Peraza)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며 에인절스는 오랜만에 기쁨의 밤을 만끽했다.

경기 시작 전 메츠의 훈련은 특별한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전날 경기에서 장타를 터트리지 못한 메츠의 거포 후안 소토가 배팅 프랙티스를 가장 늦게까지 소화하며 마지막으로 배팅케이지를 떠났다. 타격에 집착하는 프로의 모습이었다.
에인절스 선발은 현재 1승 2패, 평균자책점 4.28의 좌완 리드 데트머. 최근 연패 속에서 팀의 분위기를 되살려야 하는 임무를 짊어진 채 마운드에 올랐다.
1회 에인절스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4회에 2점, 3:1로 앞서 나가는 건 좋았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2점이라는 점수차가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최근 연패 동안 선취점을 뽑으며 앞서나갔지만, 불펜이 올라와 패배로 무너지는 경기 패턴이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7회, 분위기는 급변했다. 데트머가 노아웃 1, 3루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덕아웃은 한동안 불펜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그 망설임 사이, 메츠 타자들의 빗맞은 안타들이 줄을 이었다. 배트 끝에 맞은 공, 손잡이 쪽에서 튀어 나온 타구들이 하필이면 야수의 글러브를 피해나갔다. 데트머도 경기 후 쓴웃음을 지었다.
“좋은 공을 던졌는데 배트를 부러뜨렸는데, 2루타가 되더라고요. 답답하죠. 그게 야구예요.”
결국 2점을 내주며 3-3 동점. 그 순간 에인절스 벤치가 움직였다. 마운드에 오른 건 샘 바크만이었다. 노아웃 만루의 절체절명 위기. 관중석이 숨을 죽였다.

바크만은 달랐다. 소토를 포함한 강타자들을 연이어 처리하며 1.2이닝 3탈삼진 무실점. 이닝이 끝났을 때 에인절스 덕아웃에서 환호가 터졌다. 스즈키 감독도 경기 후 바크만을 향해 아낌없는 칭사를 보냈다.
“그 상황에서 1점도 안 내준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정말 대단했어요.”
바크만 자신도 담담하면서도 자신감 넘치게 소감을 털어놨다.
“소토 같은 선수를 삼진으로 잡아낸 건 정말 기분 좋았어요. 제 슬라이더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가져가고 있어요.”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건 라이언 제퍼쟌이었다. 9회부터 올라온 그는 10회초까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에 역전의 기회를 안겨줬다. 승리투수도 그의 몫이 됐다. 제퍼쟌은 연장까지 가는 상황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했다.
“3회까지 가더라도 나는 계속 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팀이 이길 때까지 던지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이번 승리가 불펜 전체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크만이 그 위기에서 잡아준 게 사실 이 경기의 가장 큰 장면이에요. 그가 없었다면 연장전도 없었을 거예요.”
연패 속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온 불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일 싸우러 나가요. 다들 전사예요. 경기가 끝나면 다음 날은 새로운 날이에요. 그게 우리 불펜이에요.”
연장 10회, 에인절스는 기회를 만들었다. 만루에 2아웃. 타석에 들어선 건 오스왈드 페라자. 카운트는 금세 2스트라이크까지 몰렸다. 관중석에서 긴장의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페라자는 방망이를 짧게 쥐고 스윙을 줄였다. 그리고 그 공은 야수의 사이를 정확히 뚫고 나갔다. 끝내기 안타. 에인절스 덕아웃이 폭발했다.
오늘 3안타 1타점을 기록한 페라자는 경기 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행복해요. 팀이 이겨야 했고, 저도 그게 필요했어요. 감사해요.”
스즈키 감독도 페라자의 타격을 극찬했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스윙을 줄이고 접근 방식을 바꿨어요. 그게 이기는 야구예요. 보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경기 후 클럽하우스는 오랜만에 웃음이 넘쳤다. 데트머는 옆에 강아지를 데려온 채 인터뷰에 응했고, 선수들 사이에서 가벼운 농담이 오갔다. 7연패의 무게가 그제야 조금 내려놓아진 듯했다.

커트 스즈키 감독은 담담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힘들었어요. 쉽지 않았죠. 하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싸웠어요. 데트머도 최선을 다했고, 바크만이 막아줬고, 제퍼쟌도 훌륭했어요. 그냥 계속 나아갔어요.”
오늘 승리가 팀의 반등을 이끌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좋은 시작이에요.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내일을 생각하고, 다음 투구를 생각하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바로 그 자리예요.”
제퍼쟌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안도감도 있고 흥분도 있어요. 이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야지요,. 우리는 좋은 팀이에요.”
7연패. 길고 험했던 터널이었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연장 10회 끝내기로 그 터널의 끝에 빛을 켰다. 내일,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다시 메츠와 맞붙는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