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전, 커트 스즈키 감독은 담담하게 말했다. “등판할수록 좋아지고 있어요. 계속 나아가는 걸 보는 게 기대됩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5월 28일(현지시각), 에인절스는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 3차전에서 7-1로 완승하며 원정 시리즈를 2승 1패로 마무리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선발 그레이슨 로드리게스(26). 5이닝 2안타 1실점 5탈삼진으로 이번 시즌 2승을 거뒀다.
이번 주말, 디트로이트 도심은 쉐보레 디트로이트 그랑프리로 들썩인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태워준 리프트 드라이버 티파니는 “이번 주말에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미 다운타운 곳곳에서는 경주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원정 취재마다 교통편을 미리 살핀다. 렌트를 하기도 하고 우버나 리프트를 쓰기도 하지만, 코메리카 파크처럼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구장은 걸어서 오갈 수 있는 숙소를 고른다.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이번 호텔의 하루 주차비는 50달러. 원정 미디어패스가 있어도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주차비를 따로 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디트로이트에서는 리프트가 우버보다 거의 절반 가격이었다.
코메리카 파크 메인 출입구 바로 건너편에는 리틀 시저 피자의 전 세계 본사 건물이 눈에 띈다. 그래서일까, 이곳 프레스박스 뒤 카페테리아에서는 6회가 끝나면 리틀 시저 피자를 무료로 제공한다. 디트로이트만의 소소한 풍경이다.

텍사스 나코그도치스. 전교생 333명의 작은 공립고교 센트럴 하이츠 하이스쿨이 자리한 곳이다. 이 작은 마을은 2017년 봄, 전국에 그 이름을 알렸다. 어깨에서 불꽃이 튀는 듯한 우완 투수가 팀을 텍사스 3A 주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14승 1패, ERA 0.38, 178탈삼진. 타자로도 타율 .511에 11홈런 53타점. 그 시즌, 텍사스 스포츠라이터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는 다름 아닌 그레이슨 로드리게스였다.
이듬해 2018년 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전체 11번으로 그를 지명했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순위였다. 어머니 템플이 소프트볼 코치였던 야구 가정에서 자란 로드리게스는 텍사스 A&M 장학금을 포기하고 계약금 430만 달러에 프로의 길을 택했다. 드래프트 당일, 가족과 함께 TV 중계를 보던 그는 자신의 이름이 그렇게 일찍 불릴 줄 몰랐다고 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도 압도적이었다. 2021·2022년 2년 연속 MLB 파이프라인 선정 빅리그 전체 1위 투수 유망주. 2023년 빅리그 무대에 데뷔했고 2024년에는 13승 4패 ERA 3.86으로 에이스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했다. 광배근 파열과 팔꿈치 부상으로 2025년 시즌 전체를 통째로 잃었다. 마지막 빅리그 등판은 2024년 7월 31일. 8월에는 팔꿈치 뼈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빅리그 전체 1위 유망주였던 투수가 1년간 마운드 위에 서지 못했다.
지난 오프시즌, 에인절스는 모험을 택했다. 좌익수 그리고 4번을 치던 테일러 워드를 내주고 로드리게스를 품었다.
1회, 로드리게스는 조금 흔들렸다. 볼 배합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내 안정을 찾았고, 경기는 서서히 그의 페이스로 흘렀다. 2이닝에 솔로 홈런 한 방을 얻어맞아 0-1로 끌려갔지만, 5회 에인절스 타선이 3점을 뽑아내며 3-1로 역전시켰다. 그 흐름을 타고 로드리게스는 5이닝 2안타 1실점 5탈삼진, 88구로 마운드를 마감했다.

타선도 힘을 보탰다. 2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던 마이크 트라웃이 2루타 2개에 2타점으로 부활했다. 도노반 왈튼이 4타수 3안타로 날카로운 방망이를 뽐냈고, 본 그리섬이 2루타와 2타점, 잭 네토가 2루타와 1타점으로 힘을 보탰다. 호르헤 솔레어도 부상 관리 속에 묵묵히 1타점을 추가했다.
8회와 9회에 각각 2점씩을 추가하며 최종 7-1. 불펜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 복귀한 드루 포머런츠를 비롯해 호세 페르민, 샘 바크만, 라이언 제퍼잔이 남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한 에인절스는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그리고 그레이슨 로드리게스는 오늘도,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