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외벽에서 5피트 이내의 가연성 물질을 대폭 제거하도록 하는 이른바 ‘존 제로(Zone 0)’ 규정이 확정되면서 신축 주택은 물론 기존 주택 소유주들에게도 상당한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캘리포니아 산림·소방보호위원회는 약 6년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 19일 존 제로 규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새 규정은 산불 때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불씨가 주택으로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해 건물 외벽에서 5피트 이내 공간을 최대한 불에 타지 않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규정에 따르면 주택에서 1피트 이내에는 식물을 심을 수 없으며, 건물에서 5피트까지의 구간에는 대부분의 가연성 물질을 둘 수 없게 된다.
목재 창고 등 불에 탈 수 있는 구조물도 이 구역에 설치할 수 없으며, 목재 울타리는 주택에 직접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무를 무조건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뭇가지는 굴뚝에서 최소 10피트, 지붕에서는 최소 5피트 떨어지도록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이번 규정의 영향을 받는 주택은 약 175만채로 추산된다. 캘리포니아 전체 주택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모든 캘리포니아 주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주택이 주요 대상이며, 주택 소유주는 CAL FIRE의 화재위험 지도를 통해 자신의 집이 해당 지역에 포함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미 지어진 주택도 규제를 피할 수 없다.
국무장관실의 최종 검토와 승인이 끝나면 신축 건물부터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며, 기존 주택에는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최대 5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집행은 캘리포니아 산림·소방보호국(CAL FIRE)과 지역 소방당국이 맡는다.
문제는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이미 조경을 마쳤거나 집과 연결된 목재 울타리, 창고 등 가연성 시설물을 설치한 주택은 새 규정에 맞추기 위해 기존 시설을 철거하거나 교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해 대형 산불 이후 주택 재건이 진행된 알타데나 등에서는 새 규정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새로 설치한 울타리와 조경을 다시 뜯어고쳐야 할 수 있다며 비용 부담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맨더빌 캐니언 협회 회장 데이브 레프코위스는 주택 소유주들이 규정 준수를 위해 각각 수천달러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며 비용에 비해 실제 산불 예방 효과가 충분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알타데나 주민 일라이저 페리 역시 이미 울타리를 설치한 주민들에게 이를 다시 철거하거나 교체하도록 요구한다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정부와 산불 전문가들은 주택 바로 주변에서 불에 탈 수 있는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산불로부터 주택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산불에서는 불길이 직접 주택까지 번지지 않더라도 강풍을 타고 날아온 불씨가 나무 울타리나 식물, 멀치 등에 붙은 뒤 건물로 옮겨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 산림·소방보호위원회 측은 기존 주택에 최대 5년의 준비기간을 제공하고 CAL FIRE와 지역 소방기관이 검사와 시행 과정에서 주택 소유주들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약 175만채에 달하는 주택이 영향을 받는 대규모 규제인 만큼 시행이 본격화되면 조경과 울타리 교체 비용, 재산권, 주택보험 등을 둘러싼 논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