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엘니뇨가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30년 전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1997~1998년 겨울 날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컬럼비아대 기후과학자 아자르 에산은 지난 9월 언론 브리핑에서 무역풍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올해 대기 변화가 역대 가장 강력한 엘니뇨 중 하나였던 1997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7~1998년 겨울에는 각종 기상 기록이 잇따라 경신되는 등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국립기후자료센터(NCDC)가 1998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겨울은 1895년 이후 미국에서 두 번째로 따뜻했고, 강수량은 역대 7번째로 많았다.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미국 전역의 날씨는 크게 요동쳤다. 북동부에서는 얼음폭풍이 발생했고, 남동부와 캘리포니아에는 폭우와 홍수가 이어졌다. 플로리다에서는 치명적인 토네이도도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나타나는 겨울에는 미국 남부 절반에서 3분의 1 정도 지역이 평년보다 습해지고, 북부 지역은 더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997~1998년 겨울에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따뜻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캘리포니아와 노스다코타는 역대 가장 비가 많이 내린 겨울을 기록했다. 플로리다, 메릴랜드, 네바다, 로드아일랜드, 버지니아 등 여러 주에서도 두 번째로 많은 겨울철 강수량이 기록됐다.
플로리다는 1997년 12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탬파에 15인치가 넘는 비가 내렸다. 이듬해 1월에는 뉴올리언스에 19인치 이상, 앨라배마주 모빌에 17인치,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 10인치의 비가 내렸다.
1월 초에는 대형 폭풍이 북미 동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홍수와 얼음폭풍, 토네이도가 잇따랐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모두 56명이 숨졌고, 수백 채의 주택이 파괴됐으며 수백만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다음 달에는 캘리포니아와 남서부 지역에 약 4주 동안 거의 끊임없이 폭풍이 이어지면서 산사태와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했다.
폭우가 내리지 않은 지역에서도 맑은 날씨를 보기 어려웠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은 12월에 11일 연속 흐린 날씨가 이어졌으며, 평소 햇빛이 많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도 크리스마스를 앞둔 며칠 동안 햇빛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당시 보고서는 전했다.
추운 겨울에 익숙한 지역에서도 계절에 맞지 않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미네소타, 위스콘신, 일리노이,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 등 중서부와 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2월 기온이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몬태나 북부의 일부 도시에서는 1997년 12월 사상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이 한 차례도 기록되지 않았다. 2월 말까지 뉴욕주 버펄로 인근 이리호도 얼지 않았으며 수온은 36도였다.
이례적인 따뜻한 날씨로 난방비가 줄어든 지역도 있었다. 당시 전국 난방비는 평년과 비교해 약 10%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6~2027년 겨울은 이보다 더 강력한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후 모델에 따르면 올해 엘니뇨는 1997~1998년 당시보다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다른 지역에서는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북부 지역은 따뜻하고 건조하며 남부 지역은 춥고 습한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이 같은 기후 패턴을 가르는 경계선은 해마다 제트기류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엘니뇨는 여름에 처음 나타난 이후 계속 강해지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 등 연방 기상당국은 1950년 이후 발생한 엘니뇨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75%로 전망하고 있다.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최고 강도에 도달하지만, 이미 늦여름과 초가을 날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대서양 허리케인 활동이 비교적 잠잠한 반면 태평양에서는 폭풍 활동이 활발한 것도 엘니뇨의 영향 가운데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의 기온과 강수량 전망 역시 전형적인 엘니뇨 패턴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