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과 관련, 항소심 재판부가 SK그룹의 성장과 경영 활동에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해 눈길을 끈다.
재판부는 특히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께 사돈인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의 어음을 건넨 사실을 판결문에 직접 인용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30일 오후 열린 최 회장 부부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액수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의 상장과 주식 형성 및 주식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특유 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에 관해 1991년경 노태우로부터 원고(최태원) 부친에 상당 자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현(SK 선대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SK가)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태우가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자금의 SK그룹 유입설은 지난 1995년 검찰의 노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도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비자금 300억원을 최 선대회장에게 건넸고, 담보로 선경건설의 어음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대법원은 1997년 판결에서 “직무 대가인 뇌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27년이 지나 이번 가사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이 비자금 성격을 다르게 판결한 것이다. 노 관장 측 법률 대리인 김기정 변호사는 “이게 비자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SK 측은 판결 이후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SK 측은 “오히려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해 바로 잡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