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희생물로 바치는 종교 의식이 성행하던 마야에서 주로 처녀들이 희생됐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왔으나 실제로는 소년들이 희생됐음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마야 신화에서 사후 지하세계의 입구로 간주되는 물에 잠긴 지하 동굴에서 1967년 100구의 유골이 발견됐다. 주로 어린이 유골이었다.
거의 60년이 지나 이중 64구의 유골에 대한 유전자 분석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가 네이처 학술지에 게재됐다. 이들은 대부분 서기 500년~900년 사이에 희생됐고 모두 특별히 희생 대상으로 선발된 마야 소년들임이 밝혀졌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고유전자학자 요하네스 크라우스 박사는 “고대 마야인 유전자가 처음으로 밝혀진 사례”라고 밝혔다.
마야인 유전자 연구는 당초 1545년 멕시코 반도 전역에서 발생한 살모넬라 전염병 피해를 연구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100년 동안 원주민의 90% 가량이 숨진 전염병이다. 연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면역 유전자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식민지 시대 이전의 마야인과 유전자 비교가 필요해 지하 동굴에서 발견된 유골에 대한 유전자 조사가 이뤄졌다.
연구진은 어린이 유전자 조사를 통해 어린이들이 모두 남성인 것임을 발견했다.
마야 문명을 연구한 초기 고고학자들은 마야에서 희생대상이 처녀라는 가설을 고수했다. 그러나 마야 유적지 치첸이차 인근 세노테(자연적으로 형성된 깊은 연못)에서 발견된 유골이 모두 어린이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가설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유전자 조사를 통해 어린이들 유골이 모두 소년의 것임이 밝혀지면서 처녀 가설은 완전히 뒤집혔다.
한편 유전자 조사에서 발견된 유골들 사이에 친척 관계가 있음이 드러났고 일부는 쌍둥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들을 희생물로 삼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형제 또는 친척 관계의 소년들이 선정된 것을 볼 때 희생과 부활의 반복을 중시하는 마야 우주론의 쌍둥이 영웅 신화를 재연하려는 시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유골의 유전자와 유골이 발견된 곳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의 현지 마야 원주민 유전자도 비교해 현재의 원주민들이 마야 문명을 일으킨 마야인들 후손임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