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제약기업 뵈링거 만하임 소유 가문의 상속자가 오스트리아에 상속세가 폐지된 것에 항의해 상속 재산의 90%인 2500만 유로(약 372억 원)를 77개 공익 단체에 기부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주인공은 마를레네 엔겔호른(32)으로 그는 연초 1만 명의 오스트리아 주민들이 자신이 할머니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재분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는 “재분배를 위한 선의 위원회(Guter Rat für Rückverteilung)”가 50명의 오스트리아 주민으로 구성됐고 이들이 6주 동안 주말마다 모여 논의한 끝에 77개 단체에 재분배하기로 결정했다.
최소 4만 유로(약 5944만 원)부터 최대 160만 유로(약 23억7800만 원)까지를 받게 된 단체들에는 좌파 싱크탱크인 모멘툼, 신자유주의경제정책을 반대하는 아탁 오스트리아, 세계불평등연구실, 기후단체, 인권단체 등이 포함돼 있다.
분배가 결정된 뒤 엔겔호른은 19일 세금을 내지 않는 부로 살아갈 수가 없게 됐다면서 일자리를 구하고 세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 잔고가 크게 줄었음에도 자신은 여전히 특권층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50인 분배위원회에 전문가로서 자문한 잔크트 푈텐 응용과학대 미카엘라 모저 교수는 위원회가 대단히 열성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엔겔호른 가문은 19세기 바스프를 설립한 프리드리히 엔겔호른에서 시작됐다. 이 가문은 1997년 로슈에 매각한 제약기업 뵈링거 만하임도 소유했었다.
상속 재산을 분배한 엔겔호른은 상속 재산 재분배 및 구조적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세금을 도입하는 운동을 펴왔다. 오스트리아는 2008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엔겔호른은 부유세 도입을 지지하는 “인류를 위한 백만장자” 회원이며 “당장 나에게 세금을(Tax Me Now)”이라는 단체도 공동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