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약 두 달 남은 가운데 양당 후보의 지지율 박빙 속 실시된 미국 대선 TV 토론에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이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리스 후보는 미끼를 던지며 자극했고, 트럼프 후보는 여기에 낚여 평정심을 잃고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NYT “트럼프, 해리스 미끼에 넘어가 방어적 태도 취해”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각) “트럼프가 낙태와 같은 이슈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시에 해리스의 미끼에 넘어가 메시지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해리스가 눈썹을 치켜올리거나 조용히 한숨 쉬기, 웃음, 안타까워하는 눈빛 등으로 트럼프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며 “트럼프의 원초적인 부분인 자존심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의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이 일찍 떠난다며 심기를 건드렸고, 트럼프 후보는 이에 발끈해 “사실과 다르다. 그런 일 없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세계 지도자들이 트럼프 후보를 “수치”라고 부르며, 트럼프 후보의 재산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해리스 캠프에선 트럼프 후보가 미끼에 낚였다고 환호하고 있다.
NYT는 “첫 토론에서 해리스는 자신의 검사 기술을 뽐내며 토론을 지휘했다. 트럼프는 해리스의 기록을 들춰내기보단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업적을 되풀이했다”며 “트럼프가 더 많이 말했지만, 주도는 해리스가 했다”고 평가했다.
WP “해리스 공격 날카로웠다”
워싱턴포스트(WP)도 “해리스는 날카롭게 공격하고, 트럼프는 불같은 수사로 반박했다”며 “트럼프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미끼를 던지려는 해리스 시도에 종종 메시지를 벗어나는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리스는 트럼프가 부적절하며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한다는 민주당 주장을 전달했다. 두 달여 전 바이든이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해리스의 연기와 트럼프의 이따금 좌절감을 드러내는 반응은 경선 역학 관계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NBC “트럼프는 훨씬 더 강력한 라이벌 있다는 사실 알게 됐다”
NBC는 “트럼프는 자신에게 훨씬 더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트럼프 후보가 토론 종종 짜증이 역력한 표정과 말투를 보였다고 조명했다.
ABC “트럼프가 해리스 도발에 넘어가 격앙된 모습 자주 보였다”
토론을 주관한 ABC는 “해리스의 끈질긴 토론 전략으로 트럼프는 화두에서 벗어났다”며 “해리스의 공격이 트럼프의 방어 태세를 유지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공공정책 및 경제학 교수는 “남성은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감정적일 수 있다”며,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도발에 넘어가 격앙된 모습을 자주 보인 점을 꼬집었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후보가 덫에 걸려들어 패배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토론 후 ABC에 “해리스는 정교하게 잘 준비돼 있었고, 덫을 놓았다. 반면 트럼프는 말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모든 토끼를 쫓아다니며 구멍을 파고들었다”며 “이건 잘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전략가 랜스 트로버도 “국경과 경제에서 트럼프는 우위를 점했지만, 너무 자주 해리스의 미끼를 받아들여 패스를 줬다”고 지적했다.
CNN 여론조사 “해리스가 이겼다” 63%
CNN이 토론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3%가 해리스 후보가 이겼다고 답했다. 트럼프 후보가 이겼다는 응답자는 37%에 그렸다.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 토론에선 67%가 트럼프 승리로 판정했다.
WP, 경합주 유권자 25명 인터뷰…23명이 “해리스가 잘했다”
WP가 아직 투표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경합주 유권자 25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선 23명이 실제 누구에게 투표할지 상관없이 해리스 후보가 잘했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 “비언어적 수사에서도 해리스가 주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역시 “보디 랭귀지(비언어적 수사)에서도 해리스가 주도적으로 악수했고, 상대방을 응시한 반면, 트럼프는 상대방을 보지 못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거나 ‘조커 페이스’를 선보였다”며 해리스에 큰 점수를 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