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팜유와 대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식용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대두유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인 지난주 목요일 이후 11% 상승해 파운드당 55센트(약 750원) 이상 뛰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였던 팜유는 이번주 6% 넘게 올라 톤당 4100링깃(약 132만원)에 육박했다.
이는 최근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 이후 브렌트유 가격이 약 9% 이상 오른 영향이 컸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78달러를 웃돌았다 이날 1.97% 감소한 77.19달러에 거래 중이다.
싱가포르 소재 증권사 필립노바의 상품 전략가 대런 림은 “이번 급등의 주요 원인은 분명히 에너지 가격, 특히 원유 가격 상승”이라며 “식용유 가격은 원유와 곡물 가격 흐름을 따라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팜유 생산비도 상승하고, 대체 에너지원인 바이오원료 수요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뿐 아니라 지난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바이오연료 혼합 양을 더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번 식용유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EPA는 정유사들이 디젤·가솔린에 혼합해야 할 바이오연료 양을 내년에 240억2000만 갤런으로 8% 늘린다고 밝혔다. 이 중에 대두유나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의 혼합 목표도 67% 늘려 56억1000만 갤런로 설정했다.
이 목표량은 올해 초 석유업계와 바이오연료 업계가 제안했던 52억5000만 갤런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바이오연료 관련 상품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EPA는 또 캐나다산 유채씨와 중국산 폐식용유 등 외국산 원료 바이오연료에 부여하던 인증 크레딧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미국산 원료 바이오연료 생산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고, 미국산 대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랩뱅크의 수석 상품 애널리스트 찰스 하트는 “미국 대두유 재고도 13억7000만 파운드로 전년 대비 20% 감소해 2004년 이후 5월 기준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대두유 선물 시장에서는 EPA 발표 전까진 투기 세력들이 순매수 포지션을 줄였다가, 발표 후 매수세가 몰렸고 이로 인해 상승 폭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팜유는 인도 등 주요 수입국에서 가격에 따라 대두유 대신 쓰이기 때문에, 팜유 가격이 오르면 대두유 가격도 같이 오르는 등 밀접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림은 “인도 소비자들은 최근 팜유 수입세 인하에 따라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용유 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림은 “앞으로는 중동 위기의 강도와 지속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것”이라며 “장기화되면 완만히 조정되겠지만, 사태가 격화되면 가격은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