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열심히 읽었던 무협 잡지에 보면 진정한 무술의 고수는 무림에서 물러나서 시골에서 조용히 살게 마련이다. 물론 그런 고수를 다시 무림으로 불러내는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인기 영화 ‘존 윅’과 ‘이퀄라이저’, ‘테이큰’ 시리즈로 촉발된 이런 은퇴한 고수들에 대한 영화들이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어 왔다. 그러나 아무나 키아누, 덴젤, 리암이 될 수 없다. 수많은 훈련과 경험을 거쳐야 고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 부분 경력이 ‘아저씨’의 차태식처럼 고급비밀로 분류되어서 웬만한 비밀 등급 가지고는 접근할 수 없다.
‘범죄도시 3’에서 마석도에게 대들었던 초롱이처럼 실력이 없으면서 말만 많은 빈 수레 가 시끄럽기 마련이다. 진정한 고수는 쓸데없이 자기의 실력을 사방에 알릴 필요가 없 다.

최근 한국에서는 UCLA, 하버드 대학 출신의 임상심리학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워서 수십 만원짜리 상담을 해주고 심리학 책까지 냈던 40대 한인 여성 김모씨의 정체가 누리꾼 들에 의해 드러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랬동안 사기행각을 펼치는 동안 학계, 출판계, 언론계 등은 왜 자체적인 검증 단계를 안 거쳤는지 궁금하다. 검증을 할 능력이 없어서? 아니면 괜히 흙탕물에 같이 빠지기 싫어서?
미국에서는 동종업계 전문가들의 검토(peer review)가 모든 분야의 고수를 가리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한인사회나 한국은 좋은 게 좋다는 말도 안 되는 경향 때문에 비판에 너그럽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이나 학문이 발전을 못한다.
최근 LA 한인사회에서도 근거 없는 쉐프 타이틀을 스스로 단 강모씨가 주변 지인들로 부터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의 투자금과 돈을 빌린 채 잠적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본인의 이름은 아니지만 타운내서 잘 알려진 식당들을 운영했고 모 마켓에는 자기 이름 을 딴 반찬들을 납품하는 등 그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 여파가 컸 다. 타운내 모 방송국은 강모씨가 운영하는 식당으로부터 직원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을 받으면서 대신 광고를 실어줬는데 최근에 광고가 끊기면서 도시락 주문을 멈췄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LA 한인사회에서는 진정한 쉐프의 실력이 어떤 지 검토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없어서 이렇게 고수가 아닌 사람에게 휘둘리는 것인지 의문 이다. 이건 단순히 쉐프 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직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골프모임이나 각종 동문회 , MBA 모임 등 네트워킹에만 시간을 보내거나 광고에 신경쓰면서 정작 자신의 실력을 갖추는데는 게으른 가짜 고수들이 아무런 검증단계 없이 손님들을 유혹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제 2의 가짜 임상심리학자나 제 2의 강모 쉐프가 계속해서 나오지 않도록 모두 정신을 차리고 검증과 비판에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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