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메디케이드(Medicaid), 푸드스탬프(SNAP), 주거보조(Housing Assistance) 등 정부 복지 혜택 이용 여부를 영주권 심사에 다시 폭넓게 반영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한다. 영주권 신청자의 경제적 자립 능력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매년 수십만 명의 신청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CBS뉴스는 국토안보부(DHS)가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완화했던 ‘공적부조(Public Charge)’ 심사 기준을 폐기하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적용했던 보다 엄격한 기준을 사실상 부활시키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영주권(신분조정)을 신청하는 외국인은 물론 일부 이민비자 신청자들에게도 적용된다.
공적부조 심사는 신청자가 향후 정부 복지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제도로, 미국 이민법에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규정을 통해 심사 대상을 현금성 복지와 장기 요양시설 지원 등으로 제한했지만, 이번 최종 규정은 심사 범위를 다시 크게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민심사관들은 신청자의 연령, 건강 상태, 가족 구성, 자산 규모, 재정 능력, 학력, 직업 기술은 물론 메디케이드, 푸드스탬프, 주거보조 등 소득 기준 복지 프로그램 이용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조셉 에들로 USCIS 국장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자립 원칙을 다시 확립하고, 납세자의 세금을 보호하며, 정부 복지 의존을 조장했던 정책을 끝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이민정책의 기본 원칙인 ‘이민자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영주권이 자동 거부되는 것은 아니다.
USCIS는 모든 신청자를 개별적으로 심사하며, 복지 이용 사실도 여러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로만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또 신청자 본인이 아닌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이 받은 복지 혜택은 원칙적으로 신청자의 복지 이용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혜택이 사실상 신청자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거나 가계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요소라고 판단될 경우에는 심사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11월 규정 제안 당시 매년 약 58만8,000명의 영주권 신청자가 공적부조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 영향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안보부는 약 95만 명이 넘는 이민자 가정 구성원이 영주권 심사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자격이 있음에도 메디케이드나 식료품 지원, 주거보조 등의 복지 프로그램 이용을 포기하는 ‘위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행했던 2019년 퍼블릭 차지 규정에서도 영주권 거부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국토안보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 회계연도 동안 공적부조를 이유로 영주권 신청이 거부된 사례는 연간 41~95건에 불과했다.
2019년 규정이 실제 적용됐던 기간에도 확대된 심사 기준을 근거로 거부 또는 거부 예정 통지를 받은 사례는 단 5건뿐이었으며, 이후 모두 재심사되거나 취소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정 역시 실제 영주권 거부 건수보다 복지 이용 자체를 기피하게 만드는 심리적 영향이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새 규정은 이번 주 연방 관보에 게재된 뒤 다음 주부터 공식 발효되지만, USCIS는 내부 지침과 신청서 개정 등을 위해 약 60일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오는 9월부터 새로운 심사 기준을 실제 적용할 예정이다.
CBS뉴스는 이번 규정이 실제 영주권 거부 사례를 크게 늘리기보다는, 합법적으로 이용 가능한 의료·식료품·주거 지원마저 포기하는 이민자 가정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