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사기 사건의 주인공을 다룬 3시간짜리 다큐멘터리가 미국 극장가의 흥행 공식을 뒤집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도, 화려한 액션도 없는 영화에 젊은 관객들이 몰리면서 개봉 열흘 만에 4,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화제의 작품은 영화사 A24가 제작·배급한 다큐멘터리 유 캔 씨 에브리싱(You Can See Everything)이다.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더 넘버스(The Numbers)에 따르면 이 작품은 25일까지 북미에서 4,514만5,476달러를 벌어들였다. 개봉 첫 주말 855개 극장에서 1,560만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 주말에는 상영관을 2,655개로 확대하면서 1,950만 달러를 추가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W)는 이 영화가 미국에서 지난 15년간 개봉한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높은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약 700만 달러의 제작비를 고려하면 상업적으로도 이례적인 성공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혈액 몇 방울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바이오기업 테라노스를 창업했던 엘리자베스 홈스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혁신 아이콘으로 추앙받았지만 투자자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
네이선 필더와 랜스 오펜하임이 공동 연출한 영화는 홈스가 교도소에 들어가기 34일 전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감독과 제작진은 홈스의 일상에 접근하면서 그가 만들어낸 성공 신화와 거짓말, 대중을 설득했던 이미지의 실체를 추적한다.
특히 흥행을 주도하는 관객층이 눈길을 끈다.
영화 전문지 스크린 데일리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관객의 약 70%가 35세 미만이었다. 일반적으로 극장 흥행에 불리하다고 평가받는 장편 다큐멘터리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끌어낸 것이다.
영화의 독특한 홍보 전략도 흥행에 기여했다. 제작사는 개봉 전 작품의 핵심 내용을 철저하게 숨겼고, 필더 감독 역시 사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은 소셜미디어에서 밈과 패러디로 확산했다.
영화 전문매체 더랩(TheWrap)은 이 같은 비밀주의 전략과 스포일러를 피하려는 관객 심리가 극장 관람을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흥행 열기는 시상식 전망까지 바꾸고 있다. LA타임스는 지난 19일 이 영화가 아카데미상 투표자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다큐멘터리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실제 후보 지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에서도 개봉 전부터 예매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극장에서는 매진 사례가 발생해 상영 횟수를 추가했다. 영국 개봉 예정일은 11월 20일이다.
한때 수십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여성 창업자의 몰락을 기록한 영화가 이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뜻밖의 흥행 성공 사례로 떠오른 셈이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