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콜로라도·오리건·버몬트·캘리포니아주에 이어 6번째 주
인간 퇴비장, 친환경·실용적 장례 문화로 주목…”탄소 1톤 절약”
가톨릭 등 종교 단체 반대 여론 거세…”인체, 가정용 쓰레기 아냐”
뉴욕주가 사람의 시신을 거름으로 만드는 장례 절차를 허용했다.
‘인간 퇴비장(塟)’은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화장이나 토지가 필요한 매장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간주되지만, 인체를 ‘가정용 쓰레기’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지난 31일 ‘자연적 유기물 환원법'(natural organic reduction)에 서명했다. 인간의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것을 합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에서 이런 장례가 합법화된 것은 2019년 워싱턴주가 처음이었다. 이후 2021년 콜로라도와 오리건, 2022년 버몬트와 캘리포니아가 그 뒤를 이었다. 뉴욕은 합법화에 합류한 6번째 주가 됐다. 유럽에서는 스웨덴이 이런 장례 방식을 허용하고 있고, 영국도 관 없이 또는 생분해성 관과 함께 시신을 매장하는 자연 매장이 허용되고 있다.
‘인간 퇴비장(塟)’은 시신을 나무 조각, 짚, 알팔파 등 각종 식물 재료와 함께 밀폐 특수 용기에 넣고 약 한 달 간 분해하는 장례 방식이다.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시신을 한 달 안에 흙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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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y Vermaut (@AndyVermaut) January 1, 2023
이후 가열 과정을 거쳐 감염 요인을 제거한 후, 유가족에게 제공된다. 유족 의사에 따라 이를 유골함과 같은 용기에 보관하거나 꽃이나 식물, 나무 등에 거름으로 뿌려 실제 퇴비로 쓸 수 있다.
‘인간 퇴비장(塟)’는 토지가 제한된 도시에서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화장-매장에 비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적다는 점에서 친환경·실용적 장례 문화로 주목 받는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인간 퇴비화 회사인 ‘리컴포즈'(Recompose)는 인간 퇴비장이 화장이나 매장에 비해 1톤의 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퇴비장을 둘러싼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가톨릭 등 종교 단체의 반대 여론이 거세다. 뉴욕 주의 가톨릭 주교들은 인체를 ‘가정용 쓰레기’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이 법안에 반대했다.
퇴비화 비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리컴포즈’는 7000달러(약 890만원)의 비용이 타 경쟁사들의 옵션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전국 장의사협회(National Funeral Directors Association·NFDA)도 미국에서 매장으로 진행되는 전통 장례의 중간 가격은 2021년 기준 약 7800달러, 화장의 중간 가격은 약 6900달러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