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경유 가격을 잡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규모 경유 공급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해온 에너지 제재까지 일부 완화하면서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이 급격히 방향을 바꾸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매우 성공적인 협의를 마쳤다며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총 480만톤 규모의 경유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에 따라 러시아는 즉시 30만톤 이상을 공급하고, 11월 중 50만톤, 이후 100만톤을 추가 공급한다. 러시아 정유시설의 가동 상황에 따라 단기간에 300만톤을 더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미 재무부도 이날 러시아산 경유의 수입과 거래를 허용하는 임시 면허를 발급했다. 허용 기간은 2027년 4월 7일까지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경유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나왔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8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28달러에 달했다. 이란 전쟁 이후 경유 가격은 약 70% 급등했다.
경유는 트럭 운송과 농업, 난방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가격 상승이 물류비와 식료품 가격 등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민과 목장주, 트럭 운전사들의 연료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번 합의로 경유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압박하는 제재 법안에 서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허용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에 따른 유권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경제적 돌파구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가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푸틴에게 제공하는 선물이 평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이번 합의가 경유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산 경유 공급이 단기적인 시장 불안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세계적인 공급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을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이끌면서, 고유가 해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미국의 외교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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