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탈러시아’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제재를 따라야 해서라기보다는 현 상황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비즈니스는 3일(현지시간) 국제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지리경제센터 조쉬 립스키 소장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립스키 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심각하게 평가절하된 러시아 루블화로 기업들이 지불받을 수 있는 돈을 투자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시장에 이미 제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있고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굳이 왜 자동차나 스마트폰 등을 러시아로 보내야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기업들은 ‘오늘 서명한 계약이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를 자문하고 있다. 러시아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인 제재는 이것을 너무 불확실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금융계에 대한 제재는 기업들의 러시아 매출 중 일부를 보상받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은 이런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심지어 크렘린 정부도 기업들의 활동이 자국 경제에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립스키 소장은”일반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기업들은 계속해서 시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도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많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전에는 본 적이 없는 흥미로운 역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앞서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1일 국영 타스통신과 RIA를 통해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자본 철수를 막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을 더 쉽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은 주요 글로벌 경제 대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이탈리아보다 약 25%, 인구 비중이 작은 캐나다보다는 20% 이상 적은 수준이다.
립스키 소장은 “기업들은 다른 시장과 거래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라는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와 밀, 목재, 알루미늄과 같은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러시아가 아닌 다른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수많은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의 원유 분야는 제외해왔다.
그러나 선물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최근 제재로 석유를 할인해 판매 중임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무역업자들 입장에선 원유에 대한 제재는 없더라도 러시아 은행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고려할 때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포우 석유의 분석가 앤디 리포우는 “러시아 항구를 방문할 유조선을 찾는 게 어려워졌고, 보험회사들도 선박과 선적을 보험에 가입시키려 할 정도”라며 “이 모든 것은 러시아 석유가 사실상 금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