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와의 홈 1차전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콜업되어 온 에인절스의 두 선수가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고, 경기의 흐름까지 흔들어 귀중한 승리를 팀에게 가져다 줬다. 메클러의 1회초 전력질주 파울캐치는 얼마나 그 선수가 빅리그를 갈망하는지를 보여준 순간이었다. 캐치 이후 펜스에 크게 부딪혔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는 것 뿐 아니라, 이어진 1회말 메이저 데뷰 3점홈런까지. 이런 바이브가 팀의 다른 선수들에게 분명히 전달된 듯했다. ‘게임에서 잘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마이너로 내려갈 수 있고, 잘하는 선수를 콜업해서 플레이할 것이다’라는 커트 스즈키감독의 무언의 지시 같은 그런 순간이었다.
그 불꽃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5월 23일, 홈 2차전, 에인절스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5대 2로 꺾으며 2연전을 모두 가져갔다. 콜업이 팀의 자극제가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스즈키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그런 것 같아요. 처음 올라온 그날부터, 그 친구들은 그냥 야구 선수예요. 열심히 하고, 팀을 위해 뭐든 합니다.” 팀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틀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선발 마운드에 오른 월버트 우레냐였다. 등번호 57번. 22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이 청년이 오늘 시즌 두 번째 선발승을 따냈다.
우레냐의 이름 앞에는 늘 ‘무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21년 3월, 에인절스는 그에게 14만 달러의 계약금을 건넸다. 국제 FA 시장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선수들과는 거리가 먼 숫자였다. 입단 직후엔 마이너 팔 부상으로 그해 데뷔조차 못 했다. 2022년 복합리그에서 18세의 나이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싱글A, 더블A를 거치며 4년을 묵묵히 걸었다. 볼넷이 많다는 평가, 불펜 전환론도 따라다녔다. 그래도 그는 던졌다.
매 등판 전, 우레냐는 외야에서 무릎을 꿇는다. 기도다. SNS에는 매일 성경 구절이 올라온다. 야구가 전부인 동시에, 야구보다 더 큰 무언가를 믿는 청년이다.

오늘 그 믿음은 체인지업으로 나타났다. 싱커가 말을 듣지 않는 날이었다. 주자들이 쌓였고, 만루 위기가 두 번이나 찾아왔다. 그때마다 우레냐는 체인지업을 꺼내들었다. 레인저스의 강타자 제이크 버거를 상대로 3-2 풀카운트에서 던진 체인지업은 그대로 삼진이 됐다. 경기 후 우레냐는 말했다. “체인지업은 제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어요. 그 공에 자신감이 정말 높습니다.”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은 아직도 아주 불편한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하다. 5이닝 1실점 6탈삼진. 시즌 성적 2승 4패, ERA 2.58, 36탈삼진. 승패 숫자와 달리 내용은 이미 충분히 빅리그 선발 투수였다.

고참 마이크 트라웃도 선제 홈런으로 팀을 이끌었다. 트라웃은 경기 후 어린 투수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견수에서 그 공들을 봤어요. 내가 얼마나 치기 힘든지 잘 아는데, 그걸 중요한 순간에 해냈다는 게 우리에게 정말 크다.” 그러면서 팀의 흐름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먼저 점수를 내고 리드를 지키는 것. 몇 주 동안 뒤쳐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투수들에게 먼저 지원을 해주는 게 중요해요. 한 경기씩, 심플하게 가겠습니다.”

한편 1루수 놀란 샤누엘은 경기 도중 시즌 내내 조용히 안고 뛰어온 종아리·발목 통증이 재발해 교체됐다. 그럼에도 샤누엘은 경기 후 담담하게 말했다. “버틸 수 있으면 뛸 거예요.”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에 서는 선수들이 있기에 오늘의 승리가 더욱 값지다.
에인절스가 살아나고 있다. 콜업 선수들의 불꽃이 팀 전체에 번졌고, 그 불씨 위에서 도미니카의 청년 우레냐가 오늘도 마운드를 지켰다. 등판 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그 청년은, 오늘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자신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