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선거 이후 하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 미국 공화당이 민주당 및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공세를 늘리고 있다. 이번에는 임신중절(낙태)에 반대하는 취지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ABC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 공화당은 11일 임신중절 문제와 관련한 결의안 및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하나는 임신중절에 반대하는 시설·단체·교회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결의안, 나머지 하나는 임신중절 실패 시 태아 구호 조치 의무화 법안이다.
보도에 따르면 임신중절 반대 시설 공격 규탄 결의안은 찬성 222표 대 반대 209표로 통과됐고, 임신중절 실패 시 태아 구호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찬성 220표 대 반대 210표로 역시 하원 문턱을 넘었다. 각각 3명, 1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해 6월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미국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50년 만에 뒤집으면서, 이 문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 진영 간 주요 화두로 떠올랐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 공약으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로 대 웨이드 성문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수성한 상원과 달리,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상황이다.
임신중절 실패 시 태아 구호 조치 의무화 법안을 제출한 앤 와그너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자체가 고통스럽다”라면서도 “아기를 위한 의료 제공은 당파적인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공화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하원은 끝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법안은 보건 종사자 등이 임신중절 실패 이후 태아를 상대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5년의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실제로 임신중절 실패로 태아가 살아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ABC는 지적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 결과 지난 12년 동안 임신중절 이후 태아가 산 채로 나왔다가 사망한 사례는 143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ABC는 “임신중절의 매우 소수만이 이론적으로 태아가 생존 가능한 기간에 이뤄진다”라며 “지난 2020년 기준 0.9%의 임신중절이 임신 21주 이후에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과 결의안의 상원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상원에서 민주당을 이끄는 척 슈머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미국 여성은 자신의 의료적 권리를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라며 이번 법안과 결의안을 ‘미국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라고 규정했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향후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 조사 등을 정식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9일에는 공화당 소속 팻 팰런 하원의원이 이민 정책 실패 등을 이유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팰런 의원은 118대 의회 첫날인 지난 3일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선출 확정이 늦어지며 공식 제출일도 연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