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스라엘군이 테러 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난민촌을 공격했을 때 살해한 16세 소년이 비무장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지난 9일(현지 시간) 올해 16세인 압둘라흐만 하산 아마드 하르단이 이스라엘 제닌 난민촌 공습 이틀째인 4일 오후 1시 거리 한복판에서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테러 소탕 명분으로 서안지구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은 모두 무장 테러 세력이며 하르단도 당시 자동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개된 폐쇄회로(CC) TV 영상에서 이 소년은 빈 손으로 병원 앞 도로를 살피다가 한순간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나타나 이스라엘 측의 주장이 거짓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소년은 헌혈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병원 앞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르단의 어머니 키파야 하르단은 더타임스에 “점령군은 아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그가 무력 충돌에 가담했다고 비난했지만, 그는 총이든 뭐든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며 “우리 아들은 평범한 소년이었으며,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그들 눈에 비친 모든 팔레스타인인은 무장했든 안 했든 테러리스트”라며 분노했다.
New evidence of #IsraeliTerrorism obtained from CCTV cameras prove fascist Israeli militias intentionally murdered civilians during the latest aggression on Jenin. pic.twitter.com/CLRSd3I8GU
— ABU KHALIL (@MuhamadKayali1) July 9, 2023
더타임스는 영상을 이스라엘 방위군에 전달한 뒤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조사한 국제 아동 인권단체 ‘아이들을 위한 변호’의 팔레스타인 지부장 아예드 아부 에크타이쉬는 “이스라엘 군이 증거 없이 사람들이 무장했다고 주장하는 건 흔한 일”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국제법은 ‘민간인에 대한 총기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며,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의 임박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3~5일 제닌 난민촌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12명이 숨졌고, 숨진 12명 중 하르단과 같은 18세 미만 소년은 3명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