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CPI) 오름세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빠르면 내년 3월 통화정책전환(피벗)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14일 미국 노동부는 10월 CPI가 전년동월대비 3.2% 올랐다고 밝혔다. 전월치인 3.7% 상승보다 둔화한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3.3% 상승)보다 낮다. 에너지와 식료품 제외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올라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역시 월가 전망치 4.1%를 밑돌았다.
예상보다 둔화한 물가상승률에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됐다는 시각이 시장에 팽배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2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전날 85.5%에서 CPI 발표 직후 99.83%까지 올랐다. 내년 1월 전망에서도 동결 예상은 90.81%로 나타났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 보는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내년 7월에서 5월로 앞당겨졌다. 연준이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다는 전망은 47.74%로 나타났고, 0.5%포인트 인하 전망도 15.72%로 집계됐다. 5월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참가자가 절반이 넘는 63.46%에 달하는 셈이다. 이보다 이른 3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29.98%로 나타났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를 내려 2025년 초에는 최종 금리가 1.25%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UBS 연구팀이 공개한 노트에는 연준이 내년 2분기 미국의 경기 침체에 들어서지만, 물가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를 내년 6월로 봤다. 이후 9월부터 4분기 모든 FOMC 정례회의 내내 금리 인하에 나서 2025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2.37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골드만 삭스는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 4분기로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매 분기 금리를 낮춰 2026년 중반에는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1.75%포인트 낮은 3.5~3.7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평가하며 연준이 내년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연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면서 “연준의 첫 인하시기도 기존 2024년 하반기에서 2분기까지 앞당겨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3분기 이후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상 우려는 상당부문 해소됐지만 근원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를 기대할 시점은 아니다”면서 “금리 인하는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