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버너디노 교구가 이민자 단속으로 공포에 떠는 신자들을 위해 미사 참례 의무를 공식 면제했다. 교구장 알베르토 로하스 주교는 9일 교회법에 따른 관면권을 발동하고 “이민자들이 안심하고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교회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법은 모든 신자가 매주 일요일과 주요 축일에 미사에 참석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샌버너디노 교구의 신자 약 150만 명은 당분간 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로하스 주교는 “신자들 상당수가 미사 참석조차 불안해하며, 공공장소에 나서는 순간 이민단속 요원에게 체포될 수 있다는 현실적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샌버너디노 교구는 리버사이드·샌버너디노 카운티를 관할하며, 두 카운티의 라티노 인구 비율은 각각 52.5%, 56.4%에 달한다. 교구 규모는 미국 내 5번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로스앤젤레스 대교구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이번 관면 조치는 지난달 20일 이 교구 소속 성당 2곳에서 이민단속국(ICE) 요원들이 성당 경내까지 들어와 신자 여러 명을 체포한 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로하스 주교는 사건 발생 사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당국이 적법 절차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채 무차별 체포를 벌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행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5월 테네시주 내슈빌 교구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으나, 당시에는 교회법상 공식 관면은 아니었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멕시코 출신 로하스 주교는 “우리 이민자 공동체는 교회가 그들의 편이며, 시련의 시기를 함께 극복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