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한식당들이 갈비찜 브랜드와 관련한 상표·영업비밀을 둘러싸고 연방법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LA의 선농단(Sun Nong Dan Foods, Inc.이하 SND)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호 칼비찜(Daeho Kalbijji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식당을 운영하는 법인 및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선농단은 지난 2023년 11월 17일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에 대호 칼비찜(Daeho Kalbijjim)이라는 식당 이름으로 영업하는 강남1957(Kangnam1957, Inc.), 한판(Han Paan, Inc.), 찜(Jjim, Inc.), 대호 라스베가스(Daeho Las Vegas, Inc.) 등 법인들과 창업 관련자 황대호(Daeho Hwang), 박일(Il Park), 박찬원(Chan Won Park)을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선농단은 소장에서 ‘피고들이 자사의 대표 메뉴인 갈비찜의 조리법, 플레이팅 디자인, 매장 운영 방식 등을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고들이 소비자들에게 “선농단 측이 대호 칼비찜을 열었다”거나 “대호가 선농단의 비밀 레시피를 샀다”는 등의 허위 주장을 퍼뜨려 두 식당 간의 연관성을 오해하게 했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또한 박찬원이 구인 광고에서 자신을 선농단의 헤드 셰프로 근무했다고 허위로 기재한 사실도 소장에서 문제 삼았다.
선농단이 소송을 통해 문제 삼고 있는 갈비찜은 선농단의 대표 메뉴로 찜갈비, 떡볶이, 야채, 치즈로 구성되어 있다.
선농단측은 이 갈비찜 메뉴를 고객 앞에서 토치로 치즈를 녹여 제공하는데 음식은 검은색 돌판에 은색 금속 테두리가 있는 형태로 나무 받침대에 올려져 제공되며, 김치, 깍두기, 부추 세 가지 밑반찬과 함께 고추와 양파가 들어간 간장 소스가 제공된다.
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박일이 동생 박찬원의 SND 취업을 요청했고, 박찬원은 주방 보조 등으로 근무하다 1년 이되지 않아 퇴사했다. 이후 2019년 샌프란시스코 재팬타운에 대호 칼비찜이 문을 열었으며, 이곳에서도 SND와 유사한 방식의 갈비찜이 판매됐다.
SND는 박찬원과 박일이 SND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입수해 대호 칼비찜을 운영했으며, 황대호, 박일, 박찬원이 SND를 모방한 식당을 개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들이 “SND가 샌프란시스코에 대호 칼비찜을 열었다”거나 “대호가 SND의 레시피를 구입했다”, “SND 대표의 부인이 대호 칼비찜을 열었다”는 등의 허위 주장을 퍼뜨렸다고 밝혔다. 또한 박찬원이 자신을 SND 전임 수석 셰프라고 소개하며 직원 채용 공고를 냈고, 박일이 직원들에게 두 식당이 관련됐다는 허위 설명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SND는 이러한 행위가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일으켜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며, 레딧과 옐프 리뷰 등에서 고객들이 두 식당 간의 관계를 추정한 사례들이 이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 측은 이러한 주장들이 근거 없다고 반박하며 소송 전체 기각을 요청했지만, 연방법원은 지난 2024년 8월 29일 일부 주장에 대해 본안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SND가 주장한 갈비찜 플레이팅 방식 등 식당의 전체적인 외관과 구성 요소들이 상표 보호 대상인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구인 광고와 직원들에게 두 식당이 관련된 것처럼 설명하라고 지시한 부분도 본안 심리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피고측이 영업비밀을 절도하고 일부 허위 광고를 했다는 선농단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부족하다며 보완 기회를 부여한 채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한식이 미국에서 확산되면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한식당 간 경쟁이 메뉴 구성과 레시피를 넘어 브랜드와 상표권을 둘러싼 다툼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한식당 간 상표·영업비밀 경쟁이 본격화되는 사례로 보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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