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집중 공세로 우크라이나 가스 생산 능력의 60%가 파괴된 가운데, 유럽이 긴급 가스 공급을 위한 신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키이우인디펜던트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즈에 에너지 수입을 위한 신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테오 파트로네 EBRD 부행장은 “이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가 겨울철에 충분한 가스를 수입할 수 있도록 2개월 내에 가동돼야 한다”면서 다만 “지원 자금 규모는 산정 중”이라고 말했다.
EBRD는 지난 5월 가스 비축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뒤, 8월 나프토가즈에 5억 유로 규모의 패키지를 제공했다. EBRD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선 최대 규모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의 최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국가 생산 능력의 약 60%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3일 하르키우주와 폴타바주의 가스 시설에 미사일 35발과 드론 60대를 발사했다. 4년여 전쟁 중 가스 시설을 겨냥한 최대 규모 공격이었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 DTEK는 공습 후 폴타바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고 했다. 이틀 후 러시아는 주거용 난방 인프라를 추가 공격해 더 큰 피해를 입혔다.
이번 공격은 민간인 사기를 약화시키기 위해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는 러시아의 전략을 보여준다고 외신은 짚었다. 러시아는 전쟁 내내 우크라이나의 난방 및 전력 시스템을 교란시키려 반복적으로 시도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손상된 시설 복구를 위해 주요 7개국(G7) 파트너국에 긴급 장비를 요청하는 한편 에너지 시설 보호를 위한 추가 방공 시스템을 재차 요구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겨울을 견디기 위해 약 19억 유로(약 3조원)의 가스를 구매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것은 연간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는 이 가스를 어디서 수입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나프로가즈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10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습 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 등이 보도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시장은 “러시아가 키이우의 중요 시설을 공격해 정전이 발생했다”며 “수도 왼쪽 지역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고, 급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력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렵다. 시민들은 대피소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이날 공격으로 키이우에선 최소 9명이 다쳤다. 이 중 5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남부 자포리자에선 7세 소년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밤새 키이우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탄도 미사일 공격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키이우시는 “(러시아가) 연이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며 “방공망이 활성화돼 있다”고 밝혔다.
주거용 건물과 인근 차량 등이 공격을 받아 불이 났고, 격추된 미사일 파편이 병원 근처에 떨어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생산 능력이 약 60%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