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1시35분께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하여 소명이 부족하다며”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이나 피의자 출석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박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법무·검찰 관계자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 부장판사는 전날인 14일 오전 10시10분부터 오후 2시50까지 4시간40분 동안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이날 새벽 법원이 영장 기각을 결정하면서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박 전 장관은 자택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에서는 이윤제 특검보와 차정현 부장검사, 송영선 검사, 신동진·기지우 군검사 등이 심사에 투입됐다. 특검과 박 전 장관 변호인단은 각각 1시간30분~2시간여 동안 구속 필요성과 변론을 진행했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명지대 교수이자 법무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이 특검보를 중심으로 공수처와 경찰 등 검찰 소속이 아닌 수사진으로 사건 팀을 구성했다.
특검 측은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법원에 230쪽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120장 분량의 PPT(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와 안가회동 이후인 지난해 12월 6일 휴대전화를 교체한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교정본부에서 작성된 문서 일부가 폐기된 점도 언급했다.
특검은 또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재판에서 처음 공개된 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일부 재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했단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 ‘읽었다’는 점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 측은 특검이 휴대전화 두 대를 모두 조사했다는 점을 들어 증거인멸 의도가 없었고, 법무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란 점을 강조했다. 문건도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단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최초로 호출한 국무위원 6명 중 1명이다. 그는 이튿날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에도 참석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인권 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핵심 업무로 하는 법무부 장관 직책을 맡고 있었던 만큼, 다른 국무위원에 비해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본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30분 열린 법무부 실·국장 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팀 호출’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교정본부에는 구치소 수용 여력 점검과 공간 확보 방안 검토 등을 요청했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해당 회의를 위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종합청사로 이동하며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 배상업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등과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지난 8월 박 전 장관의 자택과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구치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해 비상계엄 당시 박 전 장관 지시로 교정본부가 구치소별 추가 수용 인원을 점검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달 24일 박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법무부를 둘러싼 해당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장관 이외에 신용해 전 본부장이 피의자로 전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