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불만에 생활비·주거난·정부 불신까지 겹쳐…노동자·농민 가세, 마크롱 정부 정치적 위기
24일 프랑스 전역에서 4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 PBS는 이날 전국적으로 4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파리에서는 대규모 행진이 끝날 무렵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지난 9월 파리 남동부 교외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였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유로뉴스에 따르면 교사들의 결원과 인력 부족에 항의하던 학생들이 9월 중순부터 시위에 나섰고, 21일을 전후해 본격적인 학교 봉쇄 운동으로 발전했다.
학생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부족한 교사를 충원하고, 과밀학급을 해소하며, 낡은 학교시설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 정문을 봉쇄하고 항의하는 장면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스냅챗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잇따라 시위에 동참했고, 파리 외곽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리옹과 마르세유, 릴, 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도시로 번졌다.
르몽드에 따르면 9월 28일 전국 180개 학교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불과 사흘 뒤인 10월 1일에는 1,020개 이상의 고등학교가 파업이나 봉쇄 등 시위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이번 시위는 기존 학생단체가 주도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개별 학교의 불만이 SNS를 통해 연결되면서 폭발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시위가 커지면서 학생들의 요구도 교육 문제를 넘어섰다.
치솟는 생활비와 주거비, 공공서비스 예산 축소, 청년층의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만이 결합했다. 대학생과 교사, 학부모뿐 아니라 노동조합과 농민단체, 이른바 노란 조끼 운동 참여자들까지 가세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지난 16일 학생단체들이 17일 대규모 집회를 계기로 노동자와 농민, 기후운동 단체 등 다양한 사회세력과 연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17일 전국 시위에는 내무부 집계로 50만 명 이상이 참가하면서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는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항의로 확대됐다.
하지만 시위 규모가 커질수록 폭력 사태도 심각해졌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차량과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상점과 공공시설을 파손했으며, 경찰은 최루가스와 진압 장비를 동원해 대응했다.
타임지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까지 시위 관련 체포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북부 랑스에서는 15세 학생이 경찰이 사용한 진압용 폭발물을 집어 들었다가 손을 잃는 중상을 입는 사건도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는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폭력적인 세력이 시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학생단체와 일부 야권 인사들은 정부가 정당한 요구에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시위는 프랑스 국경도 넘어섰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벨기에와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서도 교육예산 부족과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 학생들을 본받자는 구호 아래 학교 점거 운동이 벌어졌다.
프랑스 학부모단체 FCPE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학생들의 요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교육현장의 심각한 자원 부족이 시위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학생들의 분노가 전국적인 저항으로 확산한 배경에는 교육 문제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 생활비 부담,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학생단체 사이의 대화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오는 31일에도 추가 시위가 예고돼 프랑스의 사회적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