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선업의 미래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상원의원이 찾아간 곳은 미국의 조선소가 아니라 한국 거제도의 한화오션 조선소였다. 중국에 압도적으로 밀린 미국이 조선업 재건의 돌파구를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에서 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미국 조선업 부활, 지구 반대편에서 교훈을 얻다’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과 한화오션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조선업 재건 계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집중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초당적 입법을 추진하는 데이브 맥코믹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이곳은 미국 내 어떤 조선시설보다 규모가 크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 4대가 선박 구조물을 들어 올리고, 자동화된 플라스마 절단기가 두꺼운 철판을 절단하며, 로봇 팔이 엔진과 배관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은 미국 조선업이 따라잡아야 할 기술 격차를 보여줬다.
미국 조선업의 현실은 심각하다. 전 세계 선박 건조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조선 능력은 미국의 230배가 넘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신규 상선 발주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약 16%로 세계 2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해양 황금기’를 선언했지만, 사실상 무너진 조선업 생산 기반을 미국의 힘만으로 되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미국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한화는 2024년 12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시설 현대화에 약 3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2027년 말까지 추가로 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승인했으며, 장기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현지 당국과 조선소 부지를 약 40%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첨단 용접 장비와 협동 로봇, 가상현실 기반 작업훈련 기술도 미국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한화의 목표는 상선 건조를 넘어 미 해군 함정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한화는 올해 3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의 초기 설계 관련 하도급 사업을 확보했다. 이달에는 미국 업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 관련 특수 지원함 건조 사업에도 선정됐다.
필리조선소는 2028년까지 전투함 건조에 필요한 시설 인증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한미 무역협정의 일환으로 미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
HD현대 역시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키윗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7년부터 미국에 첨단 조선소를 건설하고 2029년 본격 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조선업 부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행 미국 법률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해군 함정을 미국 내에서 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외국 조선업체가 본국에서 최대 2척의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의회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숙련 인력 부족, 취약한 부품 공급망, 국방부의 장기 발주 불확실성도 걸림돌이다.
서울대 우종훈 교수는 WSJ에 미국의 높은 생산 비용과 제한적인 공급망 때문에 상선 건조의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군함 건조 역시 각종 규제로 시장이 제한돼 민간 기업의 투자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맥코믹 상원의원은 미국이 한 세대 만에 조선 능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회복하려면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와 확실한 발주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의 알렉스 웡 최고전략책임자는 상선 조선소와 해군 함정 조선소를 나란히 구축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내건 트럼프 행정부가 정작 한국의 기술과 자본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력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