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100인 이상 사업장 및 의료 종사자 상대 백신 의무화 지침에 관해 특별심리를 진행했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 지형에서 바이든 대통령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기로에 섰다.
CNN과 폭스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7일 연방대법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의무화 지침에 관한 특별 심리를 진행했다. 이번 심리는 100인 이상 사업장 상대 백신 접종 의무화와 의료 종사자 상대 백신 의무화 두 가지로 나뉜다.
3시간30분 이상 진행된 이번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민간 사업장에 대한 백신 접종 또는 코로나19 정기 검사 의무화 조치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직업안전보건청(OSHA)의 100인 이상 사업장 상대 백신 접종 또는 정기 코로나19 검사 및 마스크 착용 조치가 먼저 심리를 받았다. 정부의 대법원 소송을 담당하는 미국 법무부 4인자 엘리자베스 프리로거 차관이 OSHA 측 대리인으로 나섰다.
프리로거 차관은 심리에서 대법원이 의무화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현 전염병은 물론 향후 팬데믹 위협 대응 과정에서 OSHA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아울러 백신 접종 요구가 안 된다면 마스크, 검사 등 대안 조치의 효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효력을 다투는 전미자영업연맹(NFIB) 측 스콧 켈러 변호사는 대법원이 연방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산업 전반에 걸쳐 정부 기관의 권한이 급격하게 팽창하리라고 경고했다. 백신 의무화 반대자들의 퇴직으로 기업이 인력난에 직면하리라는 주장도 내놨다.
몇몇 공화당 주가 이번 심리에서 백신 의무화 반대 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벤저민 플라워스 오하이오 주 법무차관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전화로 변론에 참석했다. 그는 연방 정부의 백신 의무화가 각 주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WP는 “대법관 다수는 민간 기업과 공화당 주에 동의하는 쪽에 기운 것처럼 보였다”라고 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심리에서 직장 내 방역 지침에 관해 “행정부, 연방 정부, 각 기관보다는 주 정부가 대응하거나 의회가 대응할 일로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소수파인 진보 성향 대법관 사이에서는 백신 의무화에 찬성하는 듯한 목소리도 나왔다.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심리에서 “매일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매일 더 많은 사람이 아프다”라며 “이 정책은 이런 일을 막는 데 가장 잘 맞춰졌다”라고 발언했다.
켈러 변호사는 이날 OSHA 지침에 관한 대법원 결정을 오는 10일까지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10일은 OSHA에 따라 각 기업이 직원 상대 백신 접종 또는 정기 검사를 요구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한이다.
WP는 “보수 성향의 법원이 도전자(의무화 반대론자) 측에 선다면, 장려가 아닌 수단으로 국가의 백신 접종률을 올리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야심에 찬 계획을 실질적으로 중단시키는 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같은 날 이뤄진 보건복지부(HHS)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의 의료 노동자 상대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는 기업 상대 조치보다는 상대적으로 법정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분위기다. 연방 자금을 받는 7만6000개 시설 의료 종사자 1700만 명 이상이 적용 대상이다.
이 사안은 사업장 백신 의무화 조치 심리 직후 심리됐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 사안 관련 심리에서는 “사람들은 이미 아픈 상태로 병원에 가지만, 만약 (병원에) 가서 코로나19 우려에 직면한다면 이는 훨씬 나쁜 일”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연방대법원의 특별 심리에 오른 100인 이상 사업장 및 의료 종사자 상대 백신 의무화 조치에 다시금 자신감을 드러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7일 콜로라도 덴버행 기내 브리핑에서 이날 대법원의 백신 의무화 조치 심리와 관련, “이 정책의 긴급성은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라며 “우리는 두 정책 모두의 법적 권한을 자신한다”라고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은 대체로 사업장 백신 의무화 조치에는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다만 CMS의 의료 종사자 상대 백신 접종 의무화는 상대적으로 지지를 받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이들 두 조치를 “우리 국가의 코로나19 대응에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미국인은 계속해서 심각한 질병과 사망의 실제 위협에 직면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OSHA의 규정은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에게는 마스크와 검사를 요구함으로써 고용주가 직원을 보호하도록 보장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CMS 규정은 취약한 환자를 보호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특별심리를 앞두고 대형 커피체인인 스타벅스와 백화점 메이시스가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원을 사실상 해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