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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작가 권오경 “미국서 신앙 잃고 상실감” 첫 소설 한국 출간

2023년 0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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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화상으로 만난 권오경 작가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제 소설을 드디어 저희 할머니도 읽을 수 있게 됐어요.”

한인 작가 권오경이 최근 첫 소설 ‘인센디어리스’를 한국에서 출간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이 출간되고 한국의 TV쇼나 영화들이 미국에서 나오는 것에 굉장히 신이 나고 흥분되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화상으로 간담회를 가진 권 작가는 “그럼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적인 폭력 사건들이 많다”며 “아시아계 여성들이 순종적이고 약하다는 편견에 맞서기 위해 (아이섀도를 바르는 등) 육체적인 방식으로 편견에 저항하고 있다. 어떤 아시아계 여성은 가죽 재킷을 통해 맞서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최근 ‘파친코’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민진 작가와 함께 미국에서 떠오르는 한인 작가다.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2018년 현지에서 출간한 ‘인센디어리스’를 통해 뉴욕타임스에서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꼽혔고 40여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존레너드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영화 ‘애프터 양’과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상화 작업까지 진행 중이다.

권오경 작가 © Smeeta Mahanti(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미국에서 화면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건 최근 들어 시작된 일이에요. ‘조이 러브 클럽’ 이후 아시아인이 화면에 많이 등장한 건 20년 만에 나온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었습니다. 할리우드와 미국 방송계에선 아시아인이 나오는 건 인기가 없다고 믿었지만 지난 5년간 그것이 틀렸다는 걸 우리가 증명했죠.”

소설은 컬트 종교 단체에 빠진 한 여성과 사랑하는 그를 구하려고 애쓰는 남자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좌절한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피비와 그의 남자친구 윌, 종교 집단의 교주인 존 릴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작품은 권오경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어린 시절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그는 “17살 때 신앙을 잃었고 이후 독실한 기독교인의 세계관과 그렇지 않은 세계관 사이의 간극이 엄청나 그것이 영감을 주는 원천이자 큰 슬픔의 원천이 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소설은 3명의 인물의 시점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충돌하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권 작가는 “3가지 다른 시점에서 서술해 서로 다른 세계관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영원히 살 것이라는 믿음과 결국 우리는 모두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세계관은 각기 너무 달라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는데 둘의 세계관이 너무 다르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에서 이번 소설은 시작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시고 지금도 제가 언젠가 다시 기독교를 믿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지만 저희는 너무 다른 세계관을 가진 거죠. 거기서 출발해 소설의 캐릭터와 이야기가 파생된 것 같아요.”

신앙을 대체한 것은 문학이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굉장히 진지하게 신앙을 받아들였지만 독서를 하면 할수록 여러 삶과 관점, 신념에 대해 읽게 됐는데 이렇게 읽다 보니 한 가지 관점만이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한 진리라고 믿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이제는 문학이라는 것이 새로운 사찰이고 마음과 정신이 있는 곳,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학은 허구이기 때문에 신앙과 같이 믿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그렇게 쓰기 시작한 책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출간됐다. 권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조사를 많이 해야했고 감정적으로도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책이기도 했지만 장기간 집필을 하게 된 이유는 언어를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아주 세세한 차원에서 언어를 사랑하다 보니 쉼표 하나라도 제대로 된 자리에 찍히지 않으면 책이 잘못된 것 같았다. 제대로 된 문장과 문단, 그리고 책을 다듬는 데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이 걸렸음에도 그는 “신앙을 잃었던 그때 당시의 저를, 17살 소녀를 위해 책을 쓰고 싶어 처절하고 외로웠다”며 “17살 소녀를 기억하고 그녀를 위해 책을 썼다”고 덧붙였다. 마침내 소설을 완성했다는 느낌을 받은 건 무작위로 책을 펼쳐 읽었을 때 다듬고 싶은 문장이 보이지 않을 때였다.

두 번째 소설도 7년에 걸쳐 집필 중이다. 암호학을 공부하는 발레리나와 그에게 집착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사진작가에 대한 퀴어 소설이다. 권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여성이 가진 야망과 욕망”이라며 “여성은 누군가의 엄마, 자매, 딸이 되기를 원하도록 장려받는 것 같다. 이것들 말고 다른 것에 대한 욕구와 갈망을 가져서는 안 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여성 예술가로서 야망을 갖고 욕구를 품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많은 남성 예술가는 그것에 위험을 느끼지 않는데 말이에요. 이런 부분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탐구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17살에 신앙을 잃고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등 권오경은 현실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다시 문학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앞서 미국에서 책을 낸 1세대 한인 작가들 덕분이다. 그는 “차학경, 이민진, 이창래 작가 등 먼저 그 길을 간 사람이 없었을 때, (한인 작가는) 안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의 반증이 되어준 몇 없는 표본들”이라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로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이들을 꼽았다.

“문학은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고라고 생각해요. 제가 상실을 겪었을 때 여러 책에서 엄청난 동지애를 느꼈기 때문에 더 그렇죠. 이런 큰 상실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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