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한인타운 5가 일대에서 노숙자 텐트촌을 철거한 지 하루 만에 다시 텐트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LA경찰국(LAPD)과 시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한인타운 5가 일대에 자리 잡고 있던 노숙자 텐트촌을 철거했다.
하지만 철거 작업이 끝난 지 불과 하루 만에 같은 지역에 다시 텐트가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이 우려했던 ‘철거와 재설치의 반복’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 14일 KnewsLA와 인터뷰했던 한 주민은 다시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내가 텐트가 금방 다시 들어올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시정부의 대응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주민들은 단순히 텐트가 다시 들어서는 것뿐 아니라, 주변 공터까지 노숙자들의 생활공간으로 변하면서 쓰레기와 안전 문제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주민은 “지금 더 큰 문제는 이 지역 공터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밤에는 노숙자들이 드나드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지역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넓은 공터를 확인한 결과 곳곳에 쓰레기가 모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밤이 되면 이곳에 노숙자들이 모여 술을 마시거나 마리화나를 피우는 경우가 있어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밤 시간대의 소음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낮에는 비교적 조용해 보이는 공터가 밤이 되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주민들이 외출하거나 귀가할 때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편 노숙자 텐트촌 바로 앞에는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가주마켓이 자리하고 있어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마켓 방문객들은 주차장에서 차량을 몰고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노숙자가 차량 앞을 가로막거나 갑자기 나타나 놀라는 일이 있다고 증언했다.
마켓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노숙자는 CCTV 등을 통해 확인되면 보안직원이 매번 막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텐트촌 자체의 철거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텐트가 철거된 이후에도 인근 공터와 주변 공간으로 노숙자들이 다시 유입될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LA의 노숙자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LA노숙자서비스국(LAHSA)이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노숙자 집계에 따르면, LA카운티에서 노숙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된 인원은 7만3,040명으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LA시 역시 4만5,194명으로 전년보다 3.4% 늘었다. 다만 LAHSA는 두 증가폭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거리나 차량, 텐트 등에서 생활하는 비주거형 노숙자 수는 더 큰 증가폭을 보였다. 2026년 LA시의 비주거형 노숙자는 약 2만9,115명으로 추산돼 전년보다 7.9% 증가했다. LA카운티 전체에서도 비주거형 노숙자는 약 4만9,002명으로 3.3% 늘었다.
LAHSA 자료상 2026년 LA카운티 노숙자 집계에서는 거리의 텐트가 3,248개, 임시 구조물이 3,714개로 집계됐다.
LAHSA는 노숙자 증가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임시주거에서 영구주거로 이동시키는 과정의 병목 현상을 지적했다. 2025년 영구주거로 이동한 사람은 2만3,532명으로, 2024년의 2만8,625명보다 약 5,100명 감소했다.
한인타운 역시 노숙자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한인타운 맨해튼 플레이스의 한 공터에서는 수개월 동안 노숙자 텐트촌이 형성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과 안전 문제, 쓰레기, 약물 활동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공터에는 약 10명이 생활했으며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소음과 안전 문제를 호소했다. 시 관계자들은 해당 부지가 사유지라는 점 때문에 철거 작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찰과 시 관계자들이 현장을 정리하고 일부 거주자들은 임시주거시설로 이동했다.
올해 4월에도 한인타운에서 시의 ‘인사이드 세이프(Inside Safe)’ 프로그램을 통한 노숙자 지원 및 텐트촌 정리 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시는 25명 이상의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벗어나 주거시설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인타운에서는 텐트촌을 정리하고 주거·복지 서비스를 연결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철거 이후에도 노숙자들이 다시 유입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텐트 몇 개를 치우는 일회성 정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철거 직후 다시 텐트가 들어서고, 인근 공터에 쓰레기가 쌓이며, 밤 시간대 노숙자들의 출입까지 이어진다면 결국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다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밀집한 한인타운의 특성상 노숙자 문제가 단순한 거리 환경 문제를 넘어 주민들의 보행과 차량 이동, 상업시설 이용, 야간 생활환경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인타운 주민들은 시와 경찰이 텐트촌을 철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터 관리와 쓰레기 처리, 야간 안전관리, 지속적인 순찰, 노숙자에 대한 주거·복지 서비스 연계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숙자 문제는 주거와 경제적 어려움, 정신건강과 약물 문제, 공공안전과 지역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단순한 강제 철거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한인타운 5가에서 벌어진 이번 상황은 LA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는 노숙자 문제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철거 하루 만에 다시 등장한 텐트.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철거’가 아니라 다시 같은 자리에 텐트가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지속적인 관리와 실질적인 대책이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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