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끝내기 홈런으로 연패의 늪을 빠져나온 에인절스. 전형적인 남가주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 애슬레틱스와의 2차전이 열리는 빅에이.
애슬레틱스의 선수들은 어제의 뼈아픈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닉 커츠를 비롯해 일부 선수들이 일찍부터 타격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후 2시 30분, 미디어를 위한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간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확실히 그 공기부터 달랐다. 가운데 설치된 TV에서는 어젯밤 끝내기 홈런 장면이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네토가 머쓱했는지 기자들에게 환하게 미소를 띠며 먼저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넨다.
그냥 인사가 아니라 어제의 여운이 그대로 전달되는 힘있는 악수에 하이파이브까지였다.

그러나 경기의 결과는 냉혹했다. 리드 데트머가 선발로 나선 오늘 2차전, 에인절스는 애슬레틱스에 6대 14로 크게 패하며 어제의 기쁨을 하루 만에 반납했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만난 커트 스즈키 감독은 어제 끝내기 승리의 주역들 한 명 한 명을 되짚으며 팀의 저력을 강조했다.
“프레이저가 9회초 더블플레이를 잡아주고, 9회말 공격에서 결정적인 안타를 터뜨렸어요. 베테랑 선수만이 할 수 있는 야구였습니다. 그가 승리를 위해 두 가지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해요.”

감독은 어젯밤 덕아웃의 에너지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노히터 위기가 점점 깊어질수록 오히려 선수들이 더 불타올랐다는 것이다.
“경기가 흘러갈수록 덕아웃이 오히려 더 뜨거워졌어요. 다들 의기소침하기는커녕 점점 더 불을 뿜었죠. 마이크(트라웃), 그리스… 다들 서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어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선수들은 끝까지 싸웁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6대 14, 숫자가 말해주는 것처럼 오늘은 쉽지 않은 하루였다.
경기 후 만난 스즈키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팀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다.
데트머의 3회 대량 6실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분석했다.
“1, 2이닝은 정말 잘 던졌어요. 근데 3회에 공이 스트라이크존 위쪽으로 몰리면서 타자들이 잘 공략을 했습니다. 강한 타구보다는 외야 앞에 떨어지는 타구들이 많이 나왔는데, 불운한 부분도 있었고 어쩔 수 없는 이닝이었어요.”

그럼에도 팀이 6대 0에서 6대 4로 추격한 장면은 높이 평가했다.
“초반에 6점이나 내줬는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어요. 4점까지 쫓아갔잖아요. 그 투지만큼은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나중에 다시 벌어지긴 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싸웠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데트머는 짧고 담담하게 오늘 경기를 정리했다.
“1, 2이닝은 삼진도 많고 좋았는데, 3회에 상대팀 선수들이 공을 잘 쳐냈어요. 어느 방향으로나 정말 잘 맞더라고요. 조정은 딱히 없었어요. 그냥 계속 공격적으로 던졌는데, 어쩐지 공이 다 맞는 그런 이닝이 있잖아요.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 말대로 데트머는 1,2회는 6타자를 상대로 5개의 삼진을 잡는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고, 3회 6실점 후, 다시 안정을 찾아 또 다시 좋은 투구를 이어 나갔었다.
어제의 끝내기 환호가 채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대패. 에인절스는 내일 애슬레틱스와의 3차전을 통해 다시 한번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