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론키 스포츠 앤드 엔터테인먼트(KSE)가 1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구단의 지배 지분을 모레노 가문으로부터 인수하는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거래는 2027년 1분기 중 종결될 예정이며, 통상적인 종결 조건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승인을 전제로 한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트 모레노의 23년이 이렇게 끝났다. 그는 2002년 구단이 창단 첫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이듬해인 2003년, 월트디즈니로부터 1억 8,350만 달러에 에인절스를 사들였다. 그해 5월 구단주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받으며 메이저리그 최초의 라틴계 지배주주가 됐다. 그 상징성과 초기의 과감한 투자로 얻었던 신망은,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에 거의 남김없이 소진됐다.
에인절스는 2010년 이후 단 한 번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올해로 11년 연속 루징 시즌이 확정됐다.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라는 세대의 재능을 동시에 보유하고도 10월 야구를 하지 못한 구단으로 기록될 것이다. 관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올 시즌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는 “구단을 팔아라”는 구호가 거의 매 홈경기 터져 나왔다. 모레노는 2022년 8월 매각을 공개적으로 타진했다가 다섯 달 만인 2023년 초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며 철회한 바 있어, 이번 발표는 업계에서도 예고 없이 날아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녀들이 야구 사업을 이어받을 뜻이 없다는 점도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다.

새 주인은 규모가 다르다. KSE는 NFL 로스앤젤레스 램스, NBA 덴버 너기츠, NHL 콜로라도 애벌랜치, MLS 콜로라도 래피즈, NLL 콜로라도 매머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을 보유하고 있다. 소파이 스타디움과 볼 아레나, 딕스 스포팅 굿즈 파크를 직접 소유·운영하며 알티튜드 스포츠와 아웃도어 스포츠맨 그룹까지 거느린 미디어 겸업 그룹이다. 여기에 야구단 하나가 더해지면서 KSE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사실상 연중 무휴의 이벤트 캘린더를 갖추게 됐다.
현장에서 볼 때 앞으로 몇 년간 진짜 기사가 될 지점은 구장 부지다. 크론키는 잉글우드에서 소파이 스타디움과 그 주변 300에이커 규모의 할리우드파크 지구를 만들어낸 사람이고, 이 부지는 2028년 올림픽·패럴림픽 경기를 치르게 된다. KSE는 보도자료에서 에인절스 인수를 두고 이 발자국을 남쪽으로, 자체적인 시민 정체성과 기업 기반, 관광 경제를 갖춘 인구 300만 이상의 시장으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애너하임시와의 부지 협상이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개발형 구단주의 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어떤 형태의 구장이 어디에 서게 될지는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스탠 크론키KSE 구단주 겸 회장은 발표문에서 에인절스를 좋은 시장에 뿌리내린 유서 깊은 프랜차이즈라고 표현하며 함께할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모레노는 23년간 에인절스를 맡아온 것이 영광이었다며, KSE의 경험과 성공을 근거로 이들이 최선의 다음 주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1961년 확장 구단으로 리그에 합류한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 아홉 차례, 올스타전 개최 세 차례, 그리고 2002년 월드시리즈 우승 한 차례를 기록했다. 창단 66번째 시즌을 치르는 동안 MVP 일곱 명, 사이영상 두 명, 신인왕 세 명, 골드글러브 39개, 올스타 168명을 배출했다.
당장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다. 거래 종결까지 최소 두 분기가 남았고, 그 사이 구단 운영은 현 체제가 이어간다. 다만 최근 존 모젤리악을 컨설턴트로 영입해 트레이드와 프런트·코칭스태프 구성에 폭넓은 권한을 준 인사가 매각을 염두에 둔 정리 작업이었는지는 앞으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8월 3일 트레이드 마감일의 대대적인 매각 역시 같은 선상에서 다시 읽힐 여지가 있다. 사무국 승인 절차는 통상 몇 달이 걸리며, 이르면 올겨울 구단주 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이 큰 크론키가 에인절스를 매입하겠다고 나선 이상 반대하는 구단주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