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애리조나·조지아 귀국 승객 추적 중… “잠복기 최대 6주”
남극 탐사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치명적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 사태가 국제 보건 경계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한 뒤 이미 수십 명의 승객이 각국으로 흩어진 가운데 일부는 캘리포니아로 귀국한 것으로 확인돼 보건 당국이 긴급 추적과 관찰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남미 보건 당국에 따르면 남극 탐사 크루즈선 MV 혼디우스(MV Hondius)호와 관련해 현재까지 최소 3명이 숨지고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가 의심 사례 3건도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전체 연관 사례는 최소 8건이다.
문제가 된 MV 혼디우스호는 남극과 북극 탐사 항로를 운영하는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스(Oceanwide Expeditions) 소속 탐사 크루즈선으로, 원래 남극 관광 일정으로 출항했다가 국제 감염 우려 사태의 중심이 됐다.
보건 당국은 특히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상당수 승객이 이미 하선해 세계 각지로 이동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첫 사망자는 지난 4월 11일 발생했다. 그러나 약 2주 뒤인 4월 24일, 승객 약 30명이 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한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하선했고, 당시에는 감염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접촉자 추적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선자 가운데는 최소 12개국 국적자가 포함돼 있었으며 미국인도 6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WHO는 첫 공식 확진 사례가 확인된 시점이 5월 2일이었다고 밝혔다. 이미 상당수 승객이 국제선 항공편을 통해 각국으로 이동한 뒤였다.

현재 미국 보건 당국은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애리조나와 조지아 등으로 귀국한 승객들을 추적 관찰 중이다. 일부는 의료진 감독 아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염원으로 지목되는 바이러스는 남미 지역에서 발견되는 ‘안데스 한타바이러스(Andes hantavirus)’다. 이는 한타바이러스 계열 가운데 드물게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확인된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WHO는 코로나19처럼 공기 중 비말로 쉽게 퍼지는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WHO 관계자인 마리아 반 케르코베는 “대부분의 한타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거의 없으며, 안데스 바이러스 역시 매우 밀접한 접촉 상황에서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감염은 크루즈 출항 전부터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보건 당국은 네덜란드 국적의 부부가 남미 최남단 외딴 지역에서 조류 관찰 여행과 쓰레기 매립지 방문을 한 뒤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부는 우루과이와 칠레를 거쳐 크루즈에 탑승했으며 이후 모두 숨졌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야생 설치류의 배설물·타액·소변 등을 통해 감염된다. 초기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지만 폐 손상과 호흡부전으로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며 치사율도 높은 편이다.
특히 잠복기가 1주에서 최대 6주에 달해 보건 당국은 장기간 국제 추적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MV 혼디우스호에는 약 150명이 남아 있으며 선박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를 향해 항해 중이다. 일요일 도착 예정이며 선내 승객과 승무원들은 객실 격리 상태에서 건강 관찰을 받고 있다.
선박에는 감염병 전문의 2명이 탑승해 의료 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이번 사태가 심각한 공중보건 사안이지만 일반 대중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선내 추가 감염 여부와 사람 간 전파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계속 이어지면서 국제 보건 당국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람 간 전파 사례가 광범위하게 확인될 경우 또 다른 국제 감염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타바이러스에 대한 승인된 치료제는 없으며 예방 백신도 제한적이다. 한국에서 개발된 ‘한타박스(Hantavax)’가 대표적 백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 계열 바이러스에 한정돼 사용되고 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