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의 대명사이자 1960년대 유럽 영화 황금기를 상징하는 배우였던 알랭 들롱(Alain Delon·89)이 세상을 떠났다. 들롱의 세 자녀는 18일 AFP를 통해 이렇게 발표했다.
파비앙·아누슈카·앤서니 세 자녀와 들롱의 반려견 루보는 성명을 통해 “아버지는 두쉬에 있는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덧붙였다. 들롱은 2019년 뇌졸중을 겪은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거로 알려졌다.
들롱은 흔히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빼어난 외모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 받으며 20세기 유럽 영화를 상징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특히 1950~60년대 유럽 영화를 요약하는 두 가지 흐름인 프랑스 누벨바그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는다.
1935년생인 들롱은 1957년 영화 ‘미녀와 도련님’으로 데뷔한 이후 약 50년 간 영화 90여편에 출연했다.
1960년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에서 톰 리플리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다만 들롱은 스타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기보다는 프랑스·이탈리아 예술영화 감독과 작업하며 영화 예술 세계 확장에 기여했다.
대표작으로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 감독의 ‘이클립스'(1962),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의 ‘레오파드'(1963),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사무라이'(1967), 자크 드레 감독의 ‘라 피신'(196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