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스카이뉴스와 AP통신에 따르면 코넬대 음악학과의 한인 아리아나 김(Ariana Kim) 부교수는 최근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자신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로, 줄리아드 음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 교수로 재직해온 한인 음악가다.
김 교수는 약 10년 전 20대의 젊은 교수로 코넬대에 부임한 뒤 선임 교수들로부터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관련 내용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고, 가해자로 지목한 교수들에게 어떤 징계가 내려졌는지도 명확히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대학 측으로부터 “당신이 무엇을 했기에 그런 상황을 유발했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폭로했다.
피해 신고 이후에도 관련 교수들과 계속 함께 일해야 했으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 자신의 종신재직권(테뉴어)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종신재직권 심사에서 불리한 결정을 받은 뒤 18개월 동안 이의를 제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체중이 약 20파운드 줄었고 정상적으로 먹거나 잠을 자기도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대학 항소위원회가 기존 결정을 뒤집으면서 종신재직권을 확보했지만, 김 교수는 당시 경험이 자신의 경력에 심각한 위협이 됐다고 밝혔다.
현재 정교수 승진을 추진 중인 김 교수는 이번 공개 비판 역시 자신의 승진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승진을 거부할 수도 있는 대학 행정부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다시 공개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코넬대 카이 파이(Chi Phi) 프래터니티에서 발생한 집단성폭행 의혹 사건 때문이다.
2024년 10월 발생한 이 사건의 피해 여성은 남학생 7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대학과 관련 학생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 측은 성폭행 및 약물 강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마이클 코틀리코프 코넬대 총장이 피해 신고를 받고도 이후 조사 결과나 피해 학생의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대학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김 교수는 총장이 피해 학생의 중퇴 사실조차 몰랐다는 데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스카이뉴스의 ‘더 월드 위드 얄다 하킴’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이번 사건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학 교수평의회에서 추진하는 코틀리코프 총장과 대학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의 공동 발의자이기도 하다.
코넬대는 사태가 확산하자 이번 학년도 말까지 프래터니티 파티를 금지하고, 캠퍼스 성범죄 조사에 뉴욕주 경찰이 참여하도록 하는 등 개선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러한 조치가 지도부 불신임안 논의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서 실제 변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여러 차례 코넬대를 떠날 생각도 했지만, 후배 여성 교수들과 여학생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싸우는 것이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10년 뒤 여학생들이, 5년 뒤 여성 동료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게 된다면 그 싸움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폭로는 코넬대 성폭력 논란이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 사회의 권력관계와 대학 당국의 피해 신고 처리 방식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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